증권이나 펀드, 원자재를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하더라도 기관마다 시스템과 데이터 표현 방식이 다르면 거래를 위해 별도의 연동 작업이 필요하다. 토큰을 발행하는 기술보다 서로 다른 금융 시스템이 같은 자산을 식별하고 소유권과 규제 요건을 확인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블록체인 수이(Sui)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기업 오픈애셋(OpenAssets)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픈소스 표준 개발에 나섰다. 기존 금융기관의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토큰화 자산을 거래·검증·이전할 수 있도록 공통 규칙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수이는 오픈애셋과 ‘개방형 토큰화 자산 표준(Open Tokenized Asset Standard·OTAS)’ 개발에 협력한다.
수이 로고 (자료 제공: 수이)
OTAS는 오픈애셋이 제안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로 리눅스 재단 디센트럴라이즈드 트러스트(Linux Foundation Decentralized Trust·LFDT) 산하 랩 프로젝트에서 개발하고 있다. 수이는 초기 기여자이자 후원사로 참여해 표준 설계와 수이 네트워크에서의 구현·시험에 협력한다.
목표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토큰화된 자산을 다루기 위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맞춤형 연동 작업을 줄이는 것이다. OTAS는 특정 블록체인이나 기술 스택을 강제하는 대신 자산 식별 정보와 규제 준수 규칙, 감사 이력 등을 표현하는 공통 형식을 정의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기존 기술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네트워크에서 증권·펀드·원자재 등 토큰화 자산을 거래하고 검증·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표준 개발은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방식이 아닌 LFDT의 오픈소스 거버넌스 아래 진행한다.
블록체인은 달라도 자산 규칙은 같게…수이에서 실제 절차 시험
OTAS는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는 ‘체인 애그노스틱(chain-agnostic)’ 구조를 지향한다. 수이와 오픈애셋은 표준 명세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이 네트워크에서 토큰화 자산의 정보 표현과 검증·정산 절차를 시험하고 있다.
수이 측은 객체 중심의 무브(Move) 아키텍처와 거래 처리 구조를 활용해 OTAS의 실제 구현 가능성을 검증한다. 다만 OTAS 자체가 수이 전용 표준으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블록체인과 기존 금융 인프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목표로 한다.
수이 초기 개발에 참여한 미스틴랩스(Mysten Labs)의 아데니이 아비오둔 공동창립자 겸 CPO는 “디지털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성장하려면 기관과 금융 플랫폼이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도 신원, 소유권, 규제 준수, 정산을 위한 공통 프레임워크를 갖춰야 한다”며 “OTAS는 특정 블록체인이나 기술 스택의 사용을 강제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공통 기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표준화 대상은 사람이 사용하는 금융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TAS는 향후 AI 에이전트와 자동화된 금융 소프트웨어가 토큰화 자산을 처리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기계 판독형 규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담보 리밸런싱이나 거래 실행, 정산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려면 자산의 소유권과 위험, 적용되는 규칙을 시스템이 일관된 방식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OTAS는 이런 정보를 공통 형식으로 표현해 새로운 자산이나 플랫폼을 연결할 때마다 별도의 연동 체계를 만드는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에이전트의 자동 거래·정산은 향후 활용 시나리오로, 이번 협력으로 해당 기능이 실제 금융기관에 도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니엘라 바르보사 LFDT 전무이사는 “금융시장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표준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며 “OTAS는 업계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개방형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러한 원칙을 토큰화 자산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가버 거백스 오픈애셋 CEO는 “오픈애셋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의 초기 코드 기여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모든 결과물은 처음부터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소유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수이가 LFDT 랩을 후원하고 표준을 구현하는 것은 OTAS가 명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 환경에 적용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OTAS는 현재 LFDT 산하 오픈소스 랩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이다. 금융기관과 인프라 사업자, 개발자 등이 표준과 참조 구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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