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투자 중심이 소프트웨어와 모델 개발을 넘어 반도체, 컴퓨팅, 전력 등 물리적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AI 모델의 규모와 활용 범위가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연산 능력과 메모리,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특히 반도체와 첨단 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주요 협력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AI 하드웨어 전문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한국을 방문해 반도체와 로보틱스 분야의 투자 및 사업 협력 기회를 살핀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는 라구 라구람(Raghu Raghuram) 매니징 파트너 겸 제너럴 파트너가 인프라 투자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한은 a16z가 지난 9월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분야에 특화된 11억 달러(약 1조4900억원) 규모의 ‘머신 에이지 펀드(Machine Age Fund)’를 조성한 이후 추진하는 한국 기술 생태계와의 협력 행보다. a16z는 방한 기간 국내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과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기술 개발과 사업화, 글로벌 파트너십 기회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기업과 a16z 포트폴리오 기업 사이의 사업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AI 기반 신규 사업 발굴, 한국 기술기업의 성장 지원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a16z 로고(자료 제공: a16z)
이번 방문을 이끄는 라구 라구람은 a16z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성장 단계 포트폴리오 기업의 글로벌 전략도 총괄한다. 라구람은 a16z 합류 이전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VM웨어(VMware)에서 약 20년간 근무했으며, 제품 및 경영 분야의 주요 직책을 거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분야의 투자 및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a16z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모색한다.
한국과의 주요 협력 분야로는 반도체와 로보틱스를 제시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 분야에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AI 컴퓨팅 인프라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로보틱스 역시 AI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분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이 물리적 장비와 결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 제조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방한은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국내 투자 대상이나 투자금액, 신규 계약 체결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11억 달러 ‘머신 에이지 펀드’ 출범…AI 컴퓨팅부터 전력·냉각까지 투자
a16z는 그동안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최근에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하드웨어와 물리적 인프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조성한 머신 에이지 펀드는 a16z가 AI 하드웨어 기술 투자를 위해 마련한 첫 번째 전문 펀드다. 펀드 규모는 11억 달러로, 반도체와 컴퓨팅, 메모리, 네트워크 등 AI 연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전력과 냉각,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반 기술도 투자 범위에 포함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와 메모리, 네트워크 장비를 필요로 한다.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발열 관리,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기술의 사업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a16z는 특히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거나 기존 기술의 한계가 뚜렷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는 신생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 투자와 달리 하드웨어 및 인프라 분야는 기술 개발부터 양산과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 수 있다. a16z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AI 인프라 전반의 기술기업을 발굴하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사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 투자 역량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이러한 투자 전략과 연결된다. 반도체와 메모리, 첨단 제조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및 생산 역량은 AI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제품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협력 자산이 될 수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AI 소프트웨어와 실제 기계 시스템을 결합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 간 협력 기회를 검토한다.
a16z는 한국 기술 생태계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 기반도 마련해 왔다. 2025년 말 박성모 아시아태평양(APAC) GTM 총괄을 한국 내 첫 인력으로 영입하고 국내 크립토 생태계와 협력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교류를 AI를 비롯한 한국 기술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프라 투자팀의 방한은 기존 크립토 중심의 협력에서 AI 하드웨어와 인프라 분야로 한국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구 라구람 a16z 제너럴 파트너는 “AI의 발전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술 인프라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기업 및 산업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새로운 기술과 사업 기회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16z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의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기업들과 기술 개발, 사업화, 글로벌 파트너십 가능성을 검토한다. 11억 달러 규모 머신 에이지 펀드를 기반으로 AI 인프라 투자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 사이의 협력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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