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응답 속도, AI 운영 체계, 고객 경험이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
전세계 프롭테크 산업의 경쟁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광고 예산과 채용 규모, 보유 자산 총량이 시장 지위를 설명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얼마나 널리 알렸는지, 많은 전문가를 뽑았는지, 얼마나 많은 건물을 쥐고 있는지가 경쟁력이던 공식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세 가지 질문이다. 고객 문의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가. 같은 인력으로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뽑아내는가. 고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프롭테크 시장의 경쟁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노출 경쟁에서 응답 속도 경쟁으로
변화가 먼저 드러나는 영역은 ‘마케팅’이다. 기존 부동산 마케팅은 노출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광고를 많이 집행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면 성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의 행동 패턴은 달라졌다. 문의 버튼을 누른 뒤 응답이 늦으면 다른 서비스로 이탈한다. 고객은 기다리지 않는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 기업 CallRail은 ‘2026 Marketing Outlook for Real Estate’ 보고서에서 이 변화를 수치로 확인했다. 고객의 67%가 기업 선택 과정에서 응답 속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 조건만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가 거래 성사 여부를 가른다는 의미다.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은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은 정보 부족보다 시간 지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빠른 응답은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전환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대규모 채용의 시대에서 시스템 효율의 시대로
두 번째 변화는 조직 운영 방식에서 나타난다. 대규모 채용은 한때 성장 기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인력 확대는 고정비 증가와 조직 복잡성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지금 시장이 묻는 질문은 ‘몇 명이 일하는가’가 아니라 ‘같은 인원으로 얼마나 높은 밀도의 성과를 내는가’다.
최근 McKinsey & Company의 보고서 ‘How agentic AI can reshape real estate’s operating model’는 건설·부동산 산업 업무의 54%가 기술적으로 자동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단순 보조를 넘어 계획, 판단, 실행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운영 모델의 확산 가능성도 제시했다.
프롭테크 현장에서는 이 변화가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고객이 매물을 조회하면 AI가 관심도를 분석하고, 문의가 접수되면 자동 응답 후 적합한 담당자를 배정한다. 일정 조율 및 계약 문서 작성, 사후 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운영 체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개별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전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처장은 “프롭테크는 기술 산업이면서 동시에 운영 산업”이라며,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고객 경험과 내부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유 규모보다 운영 품질이 자산 가치를 결정한다
세 번째 변화는 자산 가치 평가 방식에서 일어나고 있다. 보유 자산 규모가 경쟁력이던 전통적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같은 입지와 같은 규모의 자산이라도 결과가 갈린다. 입주 절차가 간편하고 관리 서비스가 탄탄한 오피스, 체류 경험이 좋은 상업시설, 커뮤니티와 생활 편의가 잘 갖춰진 주거 공간이 선택 받는다. 자산의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이용 경험과 운영 수준이 가치를 좌우하는 국면이다.
얼마전 Boston Consulting Group(BCG)은 ‘The Future of Real Estate Ecosystems and Active Ownership’ 보고서에서 부동산 산업이 ‘소유 중심’에서 ‘액티브 오너십’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 서비스, 사용자 경험에 적극 개입해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oT 기반 시설 관리 및 모바일 출입 인증, AI 에너지 최적화, 데이터 기반 공간 운영이 대표적이다. 건물을 정적인 자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개선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조인혜 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프롭테크 시장의 경쟁 공식은 세 축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면서, “국내의 프롭테크 시장 역시 광고비 규모보다 응답 속도, 채용 규모보다 운영 시스템, 자산 총량보다 고객 경험 등 외형 성장 지표가 아니라 실질적 운영 성과와 이용자 가치가 기업의 시장 지위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 중”이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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