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숙박 시장, 생활형 체류가 새로운 선택지로
숙박 시장은 한때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졌다. 출장에는 호텔이나 모텔이, 여행에는 민박·펜션·리조트가 주로 활용됐다. 다만 며칠을 넘어 몇 주, 길게는 한두 달 머물면서도 ‘숙박’이 아니라 ‘생활’이 필요한 수요에 대해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최근 들어 이 공백을 메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기임대 서비스다.
몇 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삼엠투, 리브애니웨어 등이 주 단위·월 단위 임대 매물을 연결하며 시장 인지도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기업형 레지던스와 코리빙 사업자들까지 중장기 체류 상품을 강화하면서 유사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지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직 전국적 확산으로 단정하긴 이르지만, 관광지나 산업단지 인근을 중심으로 제한적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처장은 “단기임대는 특정 기업 하나가 키운 시장이라기보다, 체류 목적이 세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요의 결과”라고 말했다.
트렌디한 단기임대 주거 공간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활기찬 도시의 야경이 어우러진 모습 (출처: AI로 생성한 이미지)
흔들리는 기존 숙박 구조, 그러나 대체는 아니다
국내 숙박 시장은 호텔과 모텔, 리조트, 펜션, 공유숙박 등 여러 형태가 공존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호텔과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 서비스는 여전히 강력한 축이다. 다만 체류 기간과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선택지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수요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호텔 업계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함께 커졌다. 객실 요금도 전반적으로 상승해 장기 체류일수록 이용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됐다. 공유숙박 역시 규제 환경, 숙소별 품질 편차, 운영 관리 수준 차이 등으로 인해 이용 경험의 일관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과 에어비앤비 모두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지만, 장기 체류나 생활 목적의 수요층에서는 다른 옵션을 함께 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화는 ‘이탈’이라기보다 ‘분화’에 가깝다. 기존 숙박 시장이 갑자기 밀려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놓여 있던 수요가 구체적인 시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단기임대가 채운 ‘생활의 시간’
단기임대의 핵심은 숙박이 아니라, 생활에 가까운 체류다. 장기 출장자, 병원 인근에서 머무는 보호자, 이사 일정이 맞지 않아 임시 거처가 필요한 세대, 인테리어 공사나 리모델링으로 잠시 집을 비워야 하는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한 달 살기나 워케이션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들이 단기임대를 찾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보증금 부담이 작거나 없고, 가구와 가전이 갖춰진 풀옵션 매물이 많으며, 주 단위 또는 월 단위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2년 계약이 기본인 일반 임대차와 달리 체류 기간에 맞춰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플랫폼별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 삼삼엠투는 서울·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체류 수요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브애니웨어는 제주, 강원, 남해 등 여행지 중심의 감성 숙소와 한달살이 수요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인다.
조인혜 처장은 “단기임대는 결국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머무느냐’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관광 수요와 콘텐츠가 만든 또 다른 유입
단기임대 수요는 생활형 체류에만 머물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며칠짜리 여행이 아니라 일정 기간 머물며 생활하듯 여행하는 수요도 붙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호텔보다 넓고, 일반 전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공간을 찾는 흐름이 일부 나타난다.
콘텐츠 환경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단기임대 운영을 통한 수익 사례가 꾸준히 소개되며 개인 창업자의 진입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장된 성공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서 보이는 수익 모델은 공실, 관리비, 청소비, 위약금, 시설 유지비 같은 현실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시장 진입 전에는 계약 구조와 비용 항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단기임대 시장에서는 월세 외에 관리비와 공과금 포함 여부, 퇴실 청소비, 중도 퇴실 위약금, 예치금 반환 조건 등이 분쟁 포인트가 되기 쉽다. 플랫폼이 발달할수록 검색과 계약은 쉬워지지만, 거래의 책임까지 대신 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겉은 간편하지만 속은 역시 부동산이다. 이 바닥이 늘 그렇듯, 계약서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
단기임대 시장은 기존 숙박 시장을 대체하기보다 그 사이의 수요를 흡수하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호텔과 모텔, 리조트, 공유숙박이 각자의 역할을 유지하는 가운데 체류 기간과 목적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셈이다.
알스퀘어공간문화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의 단기임대 시장은 완결된 산업이라기보다, 변화하는 체류 방식이 만들어내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다만 시장의 지속성이나 확장성은 여전히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숙박업과 주택임대업의 경계와 제도 정비 수준, 공급의 질, 플랫폼의 신뢰도, 이용자 보호 장치 등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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