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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기획] AI는 기억을 어떻게 산업으로 만들었나…떠오르는 ‘그리프테크’ 시장

[VS기획] AI는 기억을 어떻게 산업으로 만들었나…떠오르는 ‘그리프테크’ 시장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그리프테크(Grief Tech)'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Vaice, 딥브레인AI, 제이엘스탠다드가 각각 추모 콘텐츠, 상조 산업 연계, AI 디지털 트윈 등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The post [VS기획] AI는 기억을 어떻게 산업으로 만들었나…떠오르는 ‘그리프테크’ 시장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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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 한 장과 짧은 음성만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서비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그리프테크(Grief Tech)’ 또는 ‘디지털 애프터라이프(Digital Afterlife)’ 산업으로 부른다. AI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넘어, 사람이 슬픔을 마주하고 기억을 남기는 방식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본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휴먼 기술을 활용해 고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재현하거나 생전 목소리를 복원하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상조·장례업계 역시 이를 새로운 서비스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AI 추모 서비스는 하나의 기술 시연을 넘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프테크는 AI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지능연구센터(Leverhulme Centre for the Future of Intelligence)는 ‘그리프봇(Griefbot)’이 상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지만, 상업적으로 쓰일 경우 애도 과정을 왜곡하거나 이용자의 감정을 상품처럼 다룰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왜 지금, 그리프테크 시장인가
그리프테크가 최근 들어 빠르게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AI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성형 AI가 일정 수준의 완성도에 도달하면서 기술과 비용, 사회적 환경이 동시에 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요구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인을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하려면 스튜디오에서 수시간 촬영하고 방대한 음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의 음성 합성(TTS)과 영상 생성 AI는 사진 한 장과 10초 안팎의 음성만으로도 실제와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오픈AI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AI 모델을 빠르게 고도화하면서 정지 사진에 자연스러운 표정과 입 모양을 구현하는 기술도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비용 구조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전문 제작 인력이 오랜 시간 작업해야 했지만 지금은 여러 AI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도 이용 가능한 가격대로 서비스가 내려왔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역시 건당 수십만 원 수준까지 낮아지며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로 사별을 경험하는 인구가 늘고, 비대면 추모 문화와 디지털 기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사회적 변화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방송을 넘어 서비스가 된 AI 추모
대중이 AI를 통해 고인을 다시 만나는 경험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AI로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를 복원한 무대가 화제를 모았고, 이후 다양한 방송에서 AI 복원 기술은 ‘추억을 다시 만나는 경험’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방송 속 이벤트였던 기술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국내 그리프테크 시장을 이끄는 스타트업들은 모두 AI를 활용하지만 사업 전략은 뚜렷하게 다르다.

미국 AP통신이 최근 소개한 서울 스타트업 Vaice(바이스원)는 사진과 짧은 음성 샘플만으로 3~5분 분량의 추모 영상을 제작하는 개인 고객(B2C) 중심 모델이다. 건당 약 60만 원 수준의 가격으로 월 300명 안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모 세대를 떠나보낸 40~50대가 주요 고객층이다. 마지막 인사를 다시 듣고 싶어 하는 수요를 겨냥해 완결형 추모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딥브레인AI의 ‘리메모리(Re;memory)’는 처음에는 생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튜디오를 방문해 촬영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사후 제작이 가능한 ‘리메모리2’를 선보이며 대중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상조기업 프리드라이프와 협력해 장례지도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모델까지 구축하며 상조 산업 안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제이엘스탠다드의 ‘소울링크(SoulLink)’는 접근 방식이 가장 다르다.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음성, 대화 기록을 기반으로 AI 디지털 트윈을 생성해 실시간 채팅과 음성 통화, 영상 편지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국내 상조기업 경우라이프와 협력하는 동시에 일본·미국·프랑스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결혼식과 돌잔치 등 생애 전반을 기록하는 ‘라이프링크’ 서비스까지 준비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지만 사업 모델은 완전히 다르다. Vaice는 완결형 추모 콘텐츠, 딥브레인AI는 상조 산업과의 결합, 제이엘스탠다드는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글로벌 시장을 선택했다.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그리프테크는 이제 개별 기술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장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글로벌 데스케어(장례·상조·추모)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400억 달러(약 19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AI를 활용한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영역은 별도의 신시장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미국의 히어애프터 AI(HereAfter AI)와 스토리파일(StoryFile)은 생전 인터뷰를 기반으로 고인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중국 역시 음성 복원부터 영상통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AI 추모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전략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제이엘스탠다드가 한국보다 사망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일본을 핵심 시장으로 삼은 것은 국내보다 더 큰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조업계 역시 장례 이후의 추모와 기억 관리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경쟁력이 AI 모델 자체보다 ‘사람의 기억을 얼마나 의미 있게 남기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기술은 고인의 모습을 되살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이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원칙으로 쓸 것인지는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숙제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AI가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
그리프테크가 성장할수록 윤리적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미래지능연구센터는 AI 추모 기술이 상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지만, 상업적으로 활용될 경우 애도 과정을 왜곡하거나 이용자의 감정을 상품화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생전에 AI 재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는 누구의 권리인지, 디지털 유산을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보호 대상을 살아 있는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고인의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업계는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상조업체와 협력해 유족의 동의 절차를 표준화하거나 여러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계정 구조를 도입하는 등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의 자율 규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적 논의 역시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은 “AI 추모 기술은 사람의 기억과 관계를 다루는 기술”이라며 “산업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고인의 존엄성과 유족의 권리를 함께 지킬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고인을 살리는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을 오래 남기는 기술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이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뛰어난 AI를 만드느냐보다 사람의 기억을 얼마나 존중하고 의미 있게 이어갈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그리프테크가 향하는 방향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억을 기록하고 이어가는 산업에 가깝다. AI는 누군가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을 간직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시장의 경쟁력도 AI 모델의 성능보다 사람의 존엄과 기억을 얼마나 의미 있게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애도를 위한 기술을 넘어 기억을 이어가는 산업으로, 그리프테크는 이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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