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광고의 타깃과 노출 위치, 예산 배분까지 결정하기 시작하면서 마케터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도 함께 옮겨가고 있다. 8월 3~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마케팅 콘퍼런스 ‘맥스서밋(MAX SUMMIT) 2026’이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40개 안팎의 세션을 관통한 질문은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자동화가 걷어간 자리에서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였다.
플랫폼 기업은 그 답을 소재의 다양성에서 찾았고, 브랜드는 오랫동안 쌓아온 자산을, 콘텐츠 제작자는 IP를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정하느냐보다 그 안에 어떤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 자산, 콘텐츠를 축적해 왔는지가 성과를 가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행사는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홀과 2층 아셈볼룸에서 2개 트랙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The AI Era: What Wins – WHY, HOW, SYSTEM, MARKET’이었다. 왜 선택되는가(WHY), 어떻게 팔리는가(HOW), 어떻게 일하는가(SYSTEM), 어디서 성장하는가(MARKET)의 네 축에 따라 세션을 구성했다.
연사로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네이버·틱톡을 비롯해 오픈AI·넷플릭스·시밀러웹·힉스필드AI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참여했다. 오픈AI 이동재 어카운트 디렉터와 넷플릭스 김민석 광고사업 팀장, 힉스필드AI 김민성 사업총괄이 발표를 맡았으며, 티빙 조성현 CBO와 카카오 심윤보 라이브·인플루언서 콘텐츠팀 리더도 무대에 올라 현장 사례를 공유했다.
맥스서밋 2026 콘퍼런스 전경
플랫폼의 답, 타깃팅은 AI가 하고 광고주는 소재를 넓혀라
자동화 이후 광고 운영의 변화를 가장 구체적으로 다룬 것은 김성욱 메타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총괄의 발표였다. 그는 광고 운영 구조의 변화를 축구에 빗대어 설명하며, 공을 쫓는 대신 사람을 쫓으라는 유소년 축구의 지시처럼 광고의 목적도 결국 이용자를 찾아가는 데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성 18~34세 같은 인구통계에 음식·여행·뷰티·피트니스·음악 등 관심사를 더해 광고 세트를 다섯 개로 나누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해당 연령대 이용자 상당수가 여러 관심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사실상 광고 세트 하나를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현재는 오디언스와 플레이스먼트, 데스티네이션, 예산 배분이 자동으로 묶여 적용되며, 광고주는 필요한 조건만 일부 조정할 뿐 실제 타깃 탐색과 예산 배분은 AI가 담당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 운영이 자동화될수록 광고주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가 선택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하나의 키 비주얼을 만든 뒤 색상과 문구, 상품 배치만 조금씩 바꾼 베리에이션은 제작자의 눈에는 달라 보여도 이용자에게는 유사한 광고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회색 바탕에 노란색 상품이 놓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세부 문구가 달라도 이용자는 같은 광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유사한 소재가 같은 사람에게 반복 노출될수록 피로도도 높아진다.
메타가 제시한 해법은 ‘크리에이티브 다각화’였다. 같은 제품이라도 이용자의 생활환경과 사용 목적에 따라 출연자와 장면, 강조 기능을 다르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색상과 문구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이용 맥락을 보여주는 소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는 이를 “크리에이티브가 새로운 타깃팅”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연장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여러 도구를 갖춰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는 비유도 덧붙였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다른 플랫폼 기업들의 발표에서도 이어졌다. 시밀러웹은 생성형 AI 확산 이후 검색 환경 변화와 디지털 트래픽 분석을 중심으로 GEO와 SEO 전략을 소개했고, 네이버 민형필 광고주컨설팅실 실장과 구글 서예원 스트래티직 에이전시 매니저, 틱톡 조휘재 에이전시 파트너십 매니저는 각 플랫폼의 광고 솔루션과 운영 전략을 공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김성미 매니저는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 방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성욱 메타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총괄이 AI 시대 광고 운영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차별점 없는 시장에서 자산을 쌓는 법
브랜드 세션에서는 플랫폼 기업과는 조금 다른 문제의식이 제시됐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축적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강석우 여기어때 BXP팀 리드는 여행 플랫폼이 가진 구조적 한계부터 설명했다. 여행 플랫폼에는 제품과 같은 물성이 없고 독점 계약을 맺은 항공사나 호텔도 없으며, UI와 혜택은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있어 오늘 가장 저렴한 플랫폼이 내일도 같은 위치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구분하는 독점 IP와 같은 자산도 여행 플랫폼에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여행은 시간과 비용이 큰 고관여 소비임에도 플랫폼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는 낮고 이용자의 이동은 빠르다고 진단했다.
이에 여기어때는 브랜드 자산과 일회성 요소를 구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여행할 때 여기어때’라는 TPO 기반 카피와 브랜드 송,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톤앤매너는 6년째 유지하는 대신 모델과 여행지, 브랜드 송의 콘셉트와 장르는 매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브랜드 자산 역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사회 분위기에 맞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전쟁이나 감염병과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브랜드 송이 정서적 저항을 만들지는 않는지, 특정 연령층에만 익숙한 자산으로 남아 브랜드가 노후해 보이지는 않는지 살피고, 연 2회 브랜드 인덱스 조사를 통해 브랜드 송의 피로도와 자산 적합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브랜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콘텐츠 전략도 소개했다. 2023년 말부터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비용은 높아지는 반면 조회수는 정체된다는 판단 아래, 브랜드를 직접 노출하기보다 소비자가 콘텐츠 자체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접점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광고보다 콘텐츠를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민은 다른 브랜드 세션으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김원종 상무, LG전자 최중호 브랜드플랫폼팀 팀장과 이도교 고객인사이트팀장, 로레알코리아 김솔비 IT CRM 매니저, KFC코리아 백민정 CMO, 설빙 계윤숙 CMO, 크림 양현영 마케터, 컬리 임세진 퍼포먼스마케팅팀 팀장 등이 브랜드 구축과 고객 경험 전략을 공유했다. 또한 동아제약 홍민아 상무와 대원제약 최세진 책임은 제약 마케팅을, 쏘카 이우철 프로덕트 총괄은 제품 조직의 AI 전환을, 자비스앤빌런즈 김보경 마케팅 리드는 성숙 시장에서 변화하는 마케팅의 역할을 각각 소개했다.
맥스서밋 2026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강석우 여기어때 BXP팀 리드
게임·커머스·콘텐츠로 확산된 AI 실무
게임 업계 세션에서는 AI가 실제 캠페인 운영 단계까지 들어온 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넥슨 김선희 팀장과 크래프톤 정여원 그로스 마케팅 매니저, 드림에이지 이우창 실장은 글로벌 UA(User Acquisition)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컴투스홀딩스 이교환 팀장은 MCP 기반 데이터 분석 자동화부터 AI를 활용한 광고 소재 분석과 제작까지 캠페인 전반의 AI 전환 과정을 설명했다. 엔씨에이아이 주형표 게임 AI TF 데브렐과 NC 원세진 마케터도 게임 산업에서 AI를 활용한 실무 사례를 선보였다.
커머스와 리테일미디어 분야에서는 고객 데이터와 구매 접점을 광고 자산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주요 화두였다. CJ올리브영 김진석 리테일미디어플랫폼 사업부장과 김아람 리테일미디어사업팀 팀장을 비롯해 하이트진로음료 박성주 과장, 남양유업 강일성 차장,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김연한 팀장, 알레르망 백현정 차장이 각 기업의 리테일미디어와 데이터 활용 전략을 발표했다.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 김남기 대표와 오복수산 임동훈 대표, 갓포아키 배재훈 대표 등 외식업 경영자들도 연사로 나서 오프라인 브랜드 운영과 고객 경험, 성장 과정에서 축적한 마케팅 사례를 들려줬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영국남자와 JOLLY를 운영하는 애덤 어팅을 비롯해 돌고래유괴단 이주형 감독, 토스 머니그라피 배채민 PD, 테크 크리에이터 주연, 하이브 조훈 콘텐츠이노베이션팀 팀장이 무대에 올라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협업, 콘텐츠 기획, IP를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풀어냈다. 플랫폼이 광고 운영을 자동화하고 브랜드가 장기 자산을 관리하는 동안 콘텐츠 기업은 대체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IP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AI가 제작 과정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소비자가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결국 오랜 시간 쌓아온 콘텐츠와 캐릭터, 세계관이라는 점을 여러 발표가 공통적으로 보여줬다.
주최 측인 모비데이즈는 올해 맥스서밋을 기존 콘퍼런스 중심 행사에서 브랜드와 플랫폼, 솔루션, 콘텐츠 기업이 연결되는 산업 플랫폼으로 확대 운영했다. 약 40개의 세션과 2개 트랙은 물론 업계 리더를 위한 리더십 포럼, 우수 마케팅 사례를 조명하는 맥스서밋 어워즈, 산업 관계자 간 협업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이광수 모비데이즈 마케팅사업부문 대표는 행사에 앞서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이를 고객의 선택과 매출, 조직 운영, 시장 확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맥스서밋 역시 플랫폼과 브랜드, 콘텐츠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실행 전략을 현장 사례를 통해 보여준 자리였다.
플랫폼과 브랜드, 콘텐츠 기업이 제시한 해법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AI가 더 많은 업무를 대신할수록 기업이 직접 만들어야 할 경쟁력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타깃팅은 AI가 수행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는 광고주가 만들어야 하고, 플랫폼의 기능은 빠르게 비슷해질 수 있지만 브랜드가 수년에 걸쳐 축적한 메시지와 톤앤매너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 기술이 보편화되더라도 소비자가 기억하는 IP와 이야기 역시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결국 AI 시대 마케팅의 마지막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 자산, 콘텐츠를 얼마나 깊고 오래 축적해왔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맥스서밋 2026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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