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지원사업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청창사)의 향후 운영 방향을 두고 졸업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청창사의 폐지나 통합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청창사 전국 총동문회는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내년도 예산과 운영체계가 기존과 달라질 가능성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총동문회는 창업지원사업 간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 지원체계를 정비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16년간 축적된 청창사의 브랜드와 동문 네트워크까지 단절되는 방식의 개편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류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국 총동문회장은 벤처스퀘어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문서로 통보받은 내용은 아직 없고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 들은 수준”이라며 “확정된 안이 공유되지 않은 채 이런저런 얘기만 전해 들리는 상황 자체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총동문회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재편 과정에서 내년도 청창사 예산과 운영체계가 기존과 달라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관련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통보한 단계는 아니다.
류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국 총동문회장
“개편 반대 아냐…성과 검토 없이 사라지는 방식이 문제”
총동문회 역시 청창사의 현행 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창업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로 지원체계를 정비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성과를 충분히 살펴본 뒤 유지·발전시킬 부분과 개선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 회장은 “창업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로 체계를 정비하려는 취지에는 저희도 공감한다”며 “문제는 추진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효과를 충분히 검토해 유지·발전시킬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기보다, 행정 편의에 따라 기존 사업을 일괄 폐지·통합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말이 들려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총동문회가 우려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청창사라는 명칭만 남은 채 예산과 인력, 기존 육성 기능이 축소되는 경우다. 아직 구체적인 개편안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운영체계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16년간 축적된 청창사의 기능과 네트워크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저희 요구는 성과가 검증된 정책자산인 청창사를 계승·발전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브랜드만 남고 예산과 인력이 줄어 청창사가 실질적으로는 와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청창사 2기로 시작한 힐세리온…“창업 초기 결정적 역할”
청창사의 정책적 가치는 류 회장 자신의 창업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의료기기 기업 힐세리온은 2012년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로 선발되며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당시 창업 교육과 동료 창업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휴대용 초음파 제품 개발을 이어갔고, 초기 사업화 과정에서도 청창사의 지원을 활용했다. 그는 “초기에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지원이 없었다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며 “세계 최초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 제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가 청창사의 차별점으로 꼽은 것은 ‘학교형 모델’이다. 일반적인 단년도 창업지원사업과 달리 선발된 창업자를 1년간 자금과 사무공간, 교육 등으로 집중 육성하고, 졸업 이후에도 기수와 동문을 중심으로 관계가 이어지는 구조다.
인터뷰에 배석한 김윤정 청창사 대외협력 이사(엔티1 CFO)는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출신으로, 청창사의 핵심 가치가 단순한 사업화 자금이나 교육 지원을 넘어 오랜 기간 자생적으로 형성된 선후배 네트워크와 강한 소속감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초기에는 창업자와 운영기관 모두 경험이 부족해 함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기수 중심의 결속력이 형성됐다”며 “이후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멘토링이나 사업 협력·컨소시엄 구성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여러 창업지원사업을 경험했지만 청창사처럼 ‘학교·기수·동문’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관계가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총동문회는 이렇게 형성된 자생적 생태계 자체를 오랜 기간 축적된 청창사의 중요한 무형자산으로 보고 있다.
좌측 김윤정 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 대외협력 이사(엔티1 CFO) / 우측 류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국 총동문회장
지원사업 넘어 동문 생태계로…펀드·멘토링까지 확장
이렇게 형성된 동문 네트워크는 졸업 이후 투자와 사업 협력으로도 연결됐다. 최근에는 동문기업 약 40개사가 참여해 1호 펀드를 결성했으며, 현재 2호 펀드도 준비 중이다. 정책·사업 평가 참여와 후배 기업 멘토링을 비롯해 공동투자, 판로·기술·수출 협력 등으로 동문회의 역할을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총동문회는 청창사 출신 기업 가운데 토스와 직방 등을 주요 성공 사례로 꼽았으며,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유니콘과 상장기업이 배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단순히 지원을 받고 졸업하는 구조를 넘어 먼저 창업한 선배가 후배의 성장에 다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이러한 동문 생태계를 이어주는 구심점에는 16년간 유지해온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이름도 있다. 류 회장은 “청창사는 16년간 쌓인 하나의 브랜드”라며 “지원 기능과 예산이 유지되더라도 이름과 브랜드가 사라지면 그동안 쌓인 신뢰와 네트워크의 상징이 함께 무너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창사도 바뀌어야”…후속투자·글로벌 연계는 보완 과제
그렇다고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배출 규모가 연 1,000명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초기의 기술기반 창업 취지가 다소 옅어진 점과 졸업 이후 후속지원, 투자·글로벌 연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유지해야 할 핵심은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 모델입니다. 다만 졸업 이후 후속지원과 투자·글로벌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저희도 공감합니다. 이 부분은 개편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총동문회가 제안하는 방향은 기존 청창사의 강점을 남기면서 새로운 창업지원체계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류 회장은 “최소한 ‘모두의 창업’ 체계 안에서라도 청창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형태로 존속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살리면서 청창사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역 거점의 연속성도 함께 제기했다. 총동문회가 파악한 지역 거점 개편 가능성을 전제로, 향후 운영체계가 달라지더라도 청창사 브랜드와 지역 창업자 네트워크가 단절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동문회, 국회에 의견 전달 추진…“반대 아닌 계승·발전 제안”
현재 전국 총동문회는 권역별 회장단의 의견서와 서명을 취합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에 전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9월 중 국회 세미나 개최도 검토하고 있으며, 산자중기위 소속 의원과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에 기존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현장과 동문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류 회장은 “저희는 감정적으로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정책자산을 계승·발전시키자는 건설적인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며 “창업 생태계를 손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오랜 세월 청년 창업과 지역 창업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더 잘 키우고 여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창사의 폐지나 통합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총동문회가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향후 창업지원체계 재편 과정에서 16년간 축적된 청창사의 성과와 네트워크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이번 논의의 핵심은 하나의 창업지원사업을 유지할 것인지보다, 장기간 축적된 창업자 네트워크와 정책 브랜드를 새로운 지원체계 안에서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에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The post [단독] “청년창업사관학교, 없앨 게 아니라 더 잘 키워야”…류정원 총동문회장이 말하는 청창사의 미래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