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소득이나 상환 능력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제조업 근로자가 일정한 급여를 받고 꾸준히 일해도 신용카드나 대출 이용 기록이 없으면 기존 신용평가에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이미 일한 임금을 급여일 전에 받는 급여 선지급 서비스에서는 근무일수와 임금, 이용 및 정산 기록이 축적된다. 리프트와 하나레이팅즈가 이 데이터를 베트남 근로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근거로 활용한다.
AI 기반 급여 선지급 플랫폼 리프트를 운영하는 리프트 베트남은 하나레이팅즈와 베트남 근로자용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리프트 양정호 대표(오른쪽)와 하나레이팅즈 함호근 대표(왼쪽)가 베트남 대안신용평가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리프트)
하나레이팅즈는 한국계 자본으로 베트남 신용평가 시장에 진출한 기관이다. 양사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외국계 기업 최초로 신용평가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며 한국신용평가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 신용평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협력에서는 리프트가 급여 선지급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근로와 임금, 선지급 이용 및 급여일 정산 이력을 제공한다. 하나레이팅즈는 신용평가 방법론과 위험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평가 지표로 구조화한다.
양사는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공동 연구하고 개념검증(PoC)을 통해 예측력과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다. 평가 방법론 자문과 공동 사업모델 발굴, 관련 세미나 개최도 추진한다.
급여일 전 임금 접근 기록을 신용 판단 근거로
EWA(Earned Wage Access)는 근로자가 이미 일한 만큼 발생한 임금의 일부를 정해진 급여일보다 먼저 받는 서비스다. 미래 소득을 빌리는 방식보다 확정된 근로와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 금액을 산정한다.
리프트의 서비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리프트의 EWA는 대출이나 신용거래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자와 연체료, 신용조회가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선지급된 금액은 급여일에 근로자가 사전에 승인한 방식으로 고용주가 리프트에 정산한다. 인출할 때마다 부가세를 포함해 2만동의 정액 이용료가 발생한다.
기존 금융회사는 개인의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연체 여부, 부채 규모와 같은 과거 금융거래 이력을 중심으로 신용도를 판단한다. 이러한 기록이 거의 없는 씬파일 근로자는 일정한 소득이 있어도 평가할 정보가 부족해 금융상품 이용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리프트의 데이터에는 근무 여부와 임금 발생 규모, 급여 선지급 이용 빈도, 급여일 정산 결과 등이 포함된다. 일정한 근로와 임금 흐름이 지속되는지를 파악하면 전통적인 금융 이력 외의 정보로 소득 안정성과 정산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EWA 이용 이력과 신용위험 사이의 관계는 실증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리프트의 서비스 구조에서는 선지급금이 고용주를 통해 급여일에 정산되므로 일반적인 개인 대출의 자발적 상환 행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근무 지속성과 임금 규모, 고용 안정성, 선지급 이용 패턴 가운데 어떤 변수가 실제 금융상품의 상환 가능성을 설명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리프트는 베트남 제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EW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과 신한파이낸스, DB손해보험, VNPT ePay 등 금융·결제 기업과 협력하며 한국계 제조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양정호 리프트 대표는 “EWA를 통해 쌓이는 근로·임금 정산 데이터는 금융 이력이 없는 근로자의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라며 “하나레이팅즈의 평가 전문성과 결합해 일한 기록이 신용으로 이어지는 금융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함호근 하나레이팅즈 대표는 “리프트가 보유한 대안 데이터는 기업 신용평가를 넘어 개인 신용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는 드문 자산”이라며 “한국식 평가 방법론과 결합해 베트남 신용평가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안신용평가가 실제 금융 포용으로 이어지려면 평가 모형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나 금리·한도 산정에 활용하는 단계로 연결돼야 한다. 이번 협약과 개념검증만으로 씬파일 근로자의 금융 이용 조건이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현지 규제와 금융회사의 내부 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근로자의 명확한 동의와 평가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할 권리도 중요하다. 잦은 급여 선지급 이용을 일률적으로 위험 신호로 해석하면 생활비 변동이 큰 저소득 근로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하나레이팅즈 역시 자체 자료에서 AI 신용평가의 과제로 데이터 편향과 판단 과정의 불투명성,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의 가치는 새로운 점수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평가받는 근로자가 점수에 사용된 정보를 이해하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며 좋은 근로·임금 기록이 더 낮은 비용과 적절한 한도의 금융상품으로 연결돼야 한다. 모형의 예측력과 공정성, 설명 가능성을 함께 입증한다면 두 회사가 제시한 ‘일한 기록이 신용이 되는 금융’도 실제 제도권 금융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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