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리듬을 평가하려면 하루의 수면시간보다 일정 기간 반복되는 취침과 기상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수면리듬양상검사는 환자가 2주 동안 작성한 수면일기와 설문에 의존해 기록 누락이나 기억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의료진도 수면일기를 바탕으로 입면시간과 사회적 시차, 수면 규칙성 등을 직접 계산해야 했다. 에이슬립과 한독이 스마트폰으로 14일간의 수면을 자동 기록하고 AI로 분석하는 디지털의료기기의 국내 공급에 나선다.
수면 AI 기업 에이슬립은 지난 8월 19일 한독과 수면리듬 기록 디지털의료기기 ‘크로노트랙(ChronoTrack)’의 국내 유통·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독은 전국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해 크로노트랙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한다.
에이슬립·한독 ‘크로노트랙’ 국내 유통·판매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에이슬립·한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0년 103만7396명에서 2024년 130만8383명으로 약 26% 증가했다. 해당 통계에는 비기질성 수면장애와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장애, 과다수면증,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등이 포함된다.
크로노트랙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면 내장 마이크로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과 움직임 소리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AI가 음향 신호를 분석해 14일 동안의 총수면시간(TST)과 수면효율(SE), 입면시간(SoL), 수면 중 각성시간(WASO), 수면 규칙성 지수(SRI) 등을 산출한다.
크로노타입과 평일·주말의 수면시간 차이를 나타내는 사회적 시차도 자동으로 계산한다. 측정 결과는 의료기관 전용 대시보드로 전송되며 의료진은 환자의 수면 패턴 변화와 치료 전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스마트워치나 반지, 접촉식 센서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 환자는 병원 상담을 거쳐 환자코드를 발급받아 앱을 이용하며 카페인 섭취와 운동, 음주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생활요인과 기상 후 만족도도 함께 기록할 수 있다.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와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 설문도 앱에서 진행한다.
크로노트랙은 법정 비급여인 FZ700 수면리듬양상검사를 지원한다. 별도의 수가 신설을 기다리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처방할 수 있으며 적용 상병 코드는 수면 개시 및 유지 장애에 해당하는 G47.0이다.
에이슬립은 스마트폰 음향을 활용한 수면 단계 분석 기술을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하는 연구를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등과 진행했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수면 음향을 딥러닝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가정 내 수면 단계 측정 가능성을 확인했고, 11개 수면측정 제품을 비교한 다기관 연구에서는 음향 기반 ‘슬립루틴’의 수면 단계별 성능을 검증했다. 관련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JMIR의 수면측정기기 비교 연구와 Sleep Medicine의 음향 기반 수면 단계 연구 등에 게재됐다.
수면무호흡 검사에서 기록·치료·관리로 연결
크로노트랙은 에이슬립이 의료기관 처방 채널을 통해 상용화한 두 번째 디지털의료기기다. 첫 제품 ‘앱노트랙(ApnoTrack)’은 스마트폰 마이크로 수면 중 호흡음을 수집하고 AI가 무호흡과 저호흡 패턴을 분석해 수면무호흡증 위험도를 선별한다.
에이슬립은 2025년 12월 종근당과 앱노트랙의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에 따르면 앱노트랙은 출시 6개월 만에 전국 400곳 이상의 병·의원과 10곳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에 도입됐다.
앱노트랙이 수면 중 호흡장애를 선별한다면 크로노트랙은 불면과 일주기 리듬 영역의 장기 기록을 담당한다. 에이슬립은 두 제품을 통해 수면무호흡 검사에서 수면리듬 기록과 치료 효과 관찰까지 의료기기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유통을 맡은 한독은 불면증 전문의약품과 처방형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크로노트랙의 기록 기능을 더해 환자의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약물 또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한 뒤 변화를 다시 확인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사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크로노트랙의 측정 방식과 수면리듬 평가 방법을 알리는 학술·교육 활동도 진행한다. 한독은 기존 수면질환 제품을 공급하며 구축한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에이슬립은 수면 데이터 분석과 의료기관용 시스템 운영을 지원한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의약품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융복합형 의약품 시대에는 정확한 수면 기록이 모든 치료의 출발점”이라며 “불면증 전문의약품과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에 크로노트랙의 기록과 평가 기능을 연결해 한독의 수면리듬장애 전주기 관리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연 한독 사장은 “수면 건강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지속적인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개선될 수 있다”며 “크로노트랙으로 수면 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불면증 전문의약품 및 슬립큐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독 슬립 사이언스를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크로노트랙의 의료 현장 안착 여부는 스마트폰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편의성보다 환자가 14일간 기록을 얼마나 충실하게 완료하고 의료진이 결과를 실제 치료 판단에 얼마나 활용하는지에서 결정된다. 스마트폰 기종과 침실 환경, 주변 소음이 다른 상황에서도 일관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측정 누락을 관리하는 운영 체계도 필요하다. 크로노트랙의 기록이 의약품과 디지털 치료기기의 선택 및 치료 전후 평가로 이어진다면 에이슬립과 한독은 검사와 치료, 지속관리를 연결하는 수면 헬스케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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