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로봇은 물체의 위치뿐 아니라 접촉 순간과 무게 변화, 힘의 방향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학습하려면 영상과 촉각, 힘·토크, 동작 궤적을 함께 기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수백 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GPU에 빠르게 공급하고 학습과 시뮬레이션, 현장 배포로 연결하는 인프라도 모델 성능을 좌우한다.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가 AWS의 기술·사업화 지원을 활용해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의 산업 현장 적용 체계를 고도화한다.
리얼월드(RLWRLD)는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AWS)의 ‘AWS 코리아 피지컬 AI 프론티어 프로그램(AWS Korea Physical AI Frontier Program)’ 1기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리얼월드 류중희 대표, AWS 리인벤트 피지컬 AI 트렌드 브리핑 패널로 참여해 제조·물류 로봇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 제공: AWS)
AWS 코리아 피지컬 AI 프론티어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의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산업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AWS 서밋 서울 2026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운영된다.
1기에는 엔터프라이즈 트랙 4개사와 스타트업 트랙 11개사 등 총 15개 기업이 참여한다. 리얼월드는 본에이아이와 투모로 로보틱스, 고레로보틱스, 디든로보틱스, 로보에테크놀로지, 케어링, 위로보틱스, 컨피그, 큐픽스, 니어스랩 등과 함께 스타트업 트랙에 이름을 올렸다.
리얼월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리얼덱스원)’의 데이터 처리와 학습, 검증, 배포 체계를 강화한다. RFM은 로봇이 여러 작업과 환경에서 물체를 인식하고 행동을 결정하도록 학습한 기반 모델이다. 작업마다 동작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방식과 달리 다양한 로봇과 산업 현장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각·판단·제어 능력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리얼월드가 지난 5월 공개한 RLDX-1은 81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소스 기반 모델이다. 시각·언어 정보와 로봇 관절 상태를 나타내는 고유감각, 촉각, 힘·토크 데이터를 함께 처리한다. 단일 로봇팔과 양팔 로봇, 휴머노이드 등 서로 다른 하드웨어에 맞춰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RLDX-1이 집중하는 영역은 사람의 손과 유사한 정밀 조작이다. 컨베이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집거나 손가락으로 부품을 돌리고, 내용물의 무게가 달라지는 용기를 기울이는 작업에서는 시각 정보와 함께 움직임의 속도, 접촉 여부, 힘의 변화까지 판단해야 한다. 리얼월드는 각각의 감각 신호를 별도로 처리한 뒤 행동 생성 단계에서 결합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현장 데이터가 다시 모델 학습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
리얼월드의 경쟁력은 산업 현장의 숙련 작업을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는 ‘4D+ 멀티모달 데이터 시스템’에 있다. 카메라로 수집한 공간·시간 정보에 촉각과 힘, 토크, 작업자의 동작 궤적 등 물리적 상호작용 데이터를 결합한다. 사람이 어떤 순서로 물체를 잡고 힘을 조절하는지를 기록해 로봇이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작업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세부 동작으로 나누고 자동화 가능성과 난도를 분석한 뒤, 정교한 손동작이 필요한 구간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현장에 배치된 로봇에서 발생한 성공과 실패 데이터는 다시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모델 개발과 현장 실증이 별도의 과정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수집한 현장에서 모델을 검증하고 오류를 수정한 뒤, 새롭게 생성된 데이터를 다음 학습에 반영하는 순환이 이어진다. 제조 공정의 부품 조립과 물류센터의 상품 취급, 서비스 현장의 식기·직물 관리처럼 작업 조건이 다른 환경에서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데이터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여러 GPU에 공급하는 인프라가 중요해진다. AWS에 따르면 리얼월드는 실제 공장과 서비스 현장에서 수집한 수백 테라바이트 규모의 로봇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모델 학습에는 엔비디아 H200 GPU를 탑재한 아마존 EC2 인스턴스를 사용하고, AWS ParallelCluster로 분산 학습을 관리한다. 원본 데이터와 모델 체크포인트는 아마존 S3에 저장하고 여러 GPU가 동시에 읽어야 하는 학습 데이터는 고속 파일 시스템인 Amazon FSx for Lustre로 처리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기존 학습 인프라를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 모델 학습, 시뮬레이션 검증, 엣지 배포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워크플로로 확장한다. 학습 단계마다 필요한 GPU 자원을 탄력적으로 사용하고, 검증을 마친 모델을 실제 로봇에 배포한 뒤 운영 결과를 다시 학습 데이터로 돌려보내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리얼월드는 피지컬 AI 워크로드에 사용할 수 있는 AWS 크레딧과 전문가 지원도 받는다. AWS 피지컬 AI 전문가팀과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모델 학습, 엣지 배포 구조를 설계하고 AWS 이노베이션팀의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 세션에 참여한다. 워킹 백워드는 고객이 현장에서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정의한 뒤 필요한 기술과 제품 요건을 역으로 설계하는 AWS의 개발 방식이다.
기술 지원은 해외 고객 접점 확보로도 연결된다. 리얼월드는 AWS 파트너 네트워크 온보딩과 AWS 마켓플레이스 등록, AWS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고객 소개를 지원받는다. 개념증명(PoC) 단계의 산업 프로젝트를 반복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고 한국·일본에서 축적한 현장 데이터를 다른 국가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검증한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수행해온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휴머노이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AWS의 확장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 학습 플랫폼을 확장하고, 자체 RFM 고도화를 통해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실제 가치로 증명되도록 상용화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리얼월드는 2024년 설립돼 미국과 한국, 일본에 거점을 두고 있다. 정밀한 손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용 기반 모델과 현장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개발하며 한국과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피지컬 AI의 상용화 성과는 시뮬레이션 벤치마크와 함께 실제 작업 성공률, 한 번의 작업에 걸리는 시간, 오류 발생 후 복구 능력, 안전성과 운영 비용으로 평가된다. 현장마다 다른 로봇과 센서, 작업 절차에 모델을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확장성을 결정한다. 리얼월드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수집부터 엣지 배포까지의 순환 속도를 높이고 실증 결과를 반복 가능한 상용 제품으로 전환한다면, RLDX-1은 산업 현장의 숙련 동작을 여러 로봇에 전달하는 공통 AI 두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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