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치료에 활용되는 펩타이드 의약품은 위산과 소화효소에 쉽게 분해되고 장 점막을 통과하기 어려워 상당수가 주사제로 투여된다. 약효 성분을 먹는 약으로 바꾸려면 위장관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흡수가 가능한 지점까지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스핀아웃 기업 엔바이오셀이 이 문제를 제형 기술로 풀기 위한 경구 펩타이드 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 첫 적용 대상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로, 향후 다른 펩타이드 의약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약물전달(DDS) 플랫폼 기업 엔바이오셀(대표 정호섭)은 주사형 펩타이드 의약품을 경구 제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플랫폼 ‘ChargeSMEDDS’를 개발하고 세마글루타이드 경구화에 나섰다.
엔바이오셀 영문 로고 (자료 제공: 엔바이오셀)
펩타이드는 여러 아미노산이 연결된 물질로 위산과 소화효소에 분해되기 쉽고 장 점막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GLP-1 계열을 비롯한 여러 펩타이드 의약품은 주사 방식으로 투여되고 있다.
ChargeSMEDDS는 펩타이드를 제형 내부에서 감싸 보호한 뒤 위장관에 들어가면 미세한 입자로 자가 조립되도록 설계한 기술이다. 위장관을 통과해 약물이 흡수되는 장까지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엔바이오셀은 별도의 흡수촉진제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이 공복 복용과 복용 후 일정 시간 음식·음료 섭취 제한 등의 조건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복용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개발 목표다. 다만 현재 플랫폼 개발 단계인 만큼 실제 흡수율이나 기존 경구 제형 대비 복용 편의성은 향후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흡수촉진제 대신 ‘자가유화’…제약사 기존 생산설비 활용 겨냥
제조 과정도 단순화했다. 회사에 따르면 ChargeSMEDDS는 특수 장비 없이 원료를 혼합하고 캡슐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약사가 별도의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엔바이오셀은 지난 4월 해당 기술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해외 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첫 적용 대상은 세마글루타이드다. 회사는 비만·당뇨 치료제 성분을 통해 플랫폼 기술을 검증한 뒤 GLP-1·GIP 복합작용제와 아밀린, 인슐린 등 다른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모델은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보다 제약사가 보유한 펩타이드 물질의 투여 방식을 바꾸는 플랫폼에 초점을 맞췄다. 연내 재현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국내외 제약사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를 추진한다.
2021년 서울대학교 스핀아웃으로 설립된 엔바이오셀은 ChargeSMEDDS 외에도 나노전달체 기반 경피 전달 플랫폼 ‘Glidacell®’과 경구·점막 전달 플랫폼 ‘N-Lipozyme’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기능성 원료 사업과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플루어(PLURE)’도 운영하고 있다.
정호섭 엔바이오셀 대표는 “좋은 약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성분이 아니라 전달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연내 재현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국내외 제약사와의 협력을 넓혀 주사형 펩타이드 의약품의 복용 방식을 바꾸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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