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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진료실 됐다…AI 펫 홈케어, 반려동물 산업 문법을 다시 쓰다

스마트폰이 진료실 됐다…AI 펫 홈케어, 반려동물 산업 문법을 다시 쓰다

펫테크를 향한 자본의 문법도 바뀌었다. 국내외 벤처 시장은 '일단 뿌리는' 단계를 지났다.임상 데이터·의료기기 허가·병원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팀에만 큰 수표를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에이아이포펫·십일리터가 약속이나 한 듯 CES 무대와 글로벌 파트너십에 힘을 ... The post 스마트폰이 진료실 됐다…AI 펫 홈케어, 반려동물 산업 문법을 다시 쓰다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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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이 수의사 초진을 대신한다. 3초 만에 슬개골 이상 신호를 잡아내고, 걸음걸이 영상에서 관절 질환 징후를 읽어낸다. 국내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반려동물용 AI 진단 앱들이 수십만 명의 보호자 손에 들려 있다. ‘거실에서 끝나는 1차 진료’라는 새 문법이 빠르게 표준이 되는 중이다.

반려동물 산업의 무게중심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병원에서 가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 봄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전장은 이른바 ‘펫 홈케어(Pet Homecare)’ 영역이다. AI·빅데이터·비전 인식 같은 기술 스택이 반려동물 헬스케어에 본격 결합하면서, 커머스·보험·구독·장례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체가 재편되고 있다.

‘수(數)’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질(質)’의 싸움

KB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반려인은 1,546만 명이다.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쳤다. 반려견은 546만 마리로 통계 이래 처음 감소했다. 기르는 가정의 외형 성장은 사실상 멈췄다는 뜻이다.

대신 한 마리당 지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월평균 양육비는 19만 4,000원으로 전년보다 4만 원 증가했다. 최근 2년간 평균 치료비는 102만 7,000원으로 직전 조사의 두 배로 뛰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가 2022년 8조 5,000억 원에서 2032년 21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2.5배로 팽창하는데 가구 수는 정체다. 남는 공식은 하나다. 이미 기르는 집이 평생 쓰는 돈의 점유율을 누가 더 크게 가져가느냐. 이 질문에 기술적으로 답한 기업들이 지금 업계의 주인공 자리에 올라선다.

혁신의 발화점: AI 비전 진단 삼인방

첫 번째 클러스터는 ‘AI 비전 진단’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나 영상을 딥러닝 모델이 분석해 질환 징후를 감지한다.

선두에 선 ‘에이아이포펫’은 2020년 설립된 AI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대표작인 티티케어(TTcare)는 실제 임상 이미지를 대규모로 학습에 활용해 AI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250만 장 이상의 질환 이미지 데이터와 9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제시했다. 2020년 10월 동물용 영상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CES 혁신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 1호 과제로 비대면 진료 실증특례를 확보하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는 카테고리를 제도권 안에 안착시켰다.

‘십일리터’는 반려동물 슬개골 탈구 진단에 특화한 라이펫(Lifet)으로 차별화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임상시험에서 민감도 97.6%, 특이도 98.8%를 기록했다. 그리고 동물용 의료기기 3등급 품목허가를 받았다. 또한 기술보증기금과 AC패스파인더로부터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은 20억 원을 넘어섰으며, CES 2026에서는 삼성전자 C-Lab 전시관을 통해 소개됐다.

‘펫페오톡은 반려동물 행동 인식 AI를 기반으로 도기보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쓰지 않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실시간 펫 CCTV로 활용해 행동·음성·위치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최근에는 리포트형 분석 결과를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UX를 고도화하고 있다.

세 기업의 기술은 제각각이지만 같은 문장을 쓴다. ‘보호자의 카메라가 1차 진료실이 된다’.

생태계 확장: 진단에서 커머스·보험·구독까지

홈케어가 스타트업의 핵심 먹거리로 떠오른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데이터의 연쇄 효과다. 진단에서 쌓인 데이터가 사료, 보험, 커머스, 장례 서비스로 이어지며, 한 마리당 평생 고객가치(PLTV)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프레쉬아워’는 AI가 반려동물의 연령·활동량·알레르기 등을 분석해 맞춤 사료를 설계하고, 배송하는 구독형 펫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2024년 4억 4,000만 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5년에는 약 12억 원(잠정)으로 약 3배 성장했다. 그리고 2026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프레쉬아워를 ‘이달의 A-벤처스’ 제81호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십일리터’는 최근 DB손해보험과 제휴해 AI 헬스체크 결과가 좋을수록 보험료가 할인되는 펫보험 상품을 내놨다. AI 진단과 인슈어테크 기능이 한 앱에서 결합된 구조로, 국내에서 비교적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펫 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는 2025년 거래액 1,515억 원, 매출 1,285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영업이익 5억 원)로 전환했다. 8억 건 수준의 고객 행동 데이터와 약 87%의 1년 내 재구매율을 기반으로, 커머스·헬스케어·보험·광고를 아우르는 ‘반려동물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장례 영역에서는 ’21그램’이 전국 3곳의 직영 장례식장을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에는 친환경 ‘수분해 장례’ 상용화를 위해 데스테크 기업 네오메이션과 협업을 발표했고, 8월에는 국내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8,000억 원 규모 4호 블라인드 펀드의 1호 후보로 21그램 인수 협상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 이용률은 대략 30% 수준으로, 일본(약 60%)과 호주(약 90%)에 비해 낮은 편이라 성장 여력이 큰 버티컬 중 하나로 지목된다.

태어나서 먹고, 아프고, 검사받고, 떠나는 반려동물 생애 주기의 모든 구간에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들어섰다. 그 출발점에 AI 진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AI로 만든 이미지)
자본의 시선: 검증된 기술에만 수표가 쓰인다

펫테크를 향한 자본의 문법도 바뀌었다. 국내외 벤처 시장은 ‘일단 뿌리는’ 단계를 지났다. 임상 데이터·의료기기 허가·병원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팀에만 큰 수표를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에이아이포펫·십일리터가 약속이나 한 듯 CES 무대와 글로벌 파트너십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수 확장만으로는 다음 라운드가 열리지 않는다. ‘검증된 기술의 수출’이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

2026년 봄 국내 반려동물 스타트업 씬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병원에 가기 전 24시간이 산업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올랐고, 이를 데이터로 채우는 기업이 사료·보험·장례까지 이어 가져간다. AI 비전 진단이 입구가 되고, 데이터가 레이어를 타고 흐르며 생태계 전체를 리빌딩한다.

진료실이 아니라 거실, 치료가 아니라 예방, 그리고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 반려동물 산업의 문법이 다시 기록되는 지금, 첫 문장은 분명하다.

“기술을 가진 자가 생애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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