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충북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 문의 (043)422-3037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까. 충북 단양 여행의 길목이자 필수 코스로 꼽히는 도담삼봉(島潭三峯)은 2013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이래 7회 연속 이름을 올린 대표 명소다. 2022년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안심관광지로도 주목받았다. 5월 가정의 달, 온 가족 3대(代) 여행지로 이만 한 곳도 드물다.
지금이야 아름다운 경치, 명승지를 이르는 ‘팔경(八景)’이란 말이 흔해졌지만 조선시대부터 전해지는 팔경은 관동팔경(關東八景)과 단양팔경(丹陽八景) 두 곳뿐이다.
단양팔경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부터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에 이르기까지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비경을 일컫는다. 모두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단양읍 도담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도담삼봉을 으뜸으로 친다.
‘섬 같은 깊은 물 가운데 솟은 세 개의 봉우리’란 뜻의 도담삼봉은 단양군 매포읍 도담마을 부근 남한강 한가운데 솟아오른 세 개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같은 화가는 물론 퇴계 이황 등 수많은 선비의 발길을 붙잡았다. 2008년 국가 명승 지정은 그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삼봉’ 정도전과 도담삼봉
도담삼봉과 가장 인연이 깊은 인물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다. 단양은 정도전의 외가이자 정도전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 정도전은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만큼 도담삼봉을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알리듯 도담삼봉 초입에 있는 도담삼봉 공원엔 정도전의 시조 ‘선인교(仙人橋) 나린 물이’를 새긴 시비와 함께 숭덕비, 정도전 동상 등이 세워져 있다.
정도전과 도담삼봉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옛적에 강원도 정선에 있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와 지금의 자리인 단양에 자리 잡으며 도담삼봉이 됐는데 정선은 그에 대한 세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단양의 한 소년이 ”우리가 삼봉을 오라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주장했다. 기지를 발휘해 세금 문제를 해결한 소년이 정도전이었다는 이야기다. 도담삼봉을 감상하기 전 ‘삼봉스토리관’부터 들르면 이를 비롯한 도담삼봉의 유래, 단양의 주요 명소 등을 만날 수 있다.
물 속에도 세 개의 봉우리
도담삼봉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일부러 찾아가야만 비경을 보여주는 명승과 달리 주차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 건너 도담마을을 배경 삼은 세 개의 봉우리는 전설을 뒷받침하듯 고요한 강 한가운데 무심히 떠있지만 사실은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작품이다. 단양의 석회암 지대가 남한강의 물줄기로 용식되며 생긴 카르스트 지형의 산물이다.
세 봉우리는 각각 이름이 있다. 장군봉(남편 봉)을 가운데 두고 왼쪽이 첩봉(딸 봉), 오른쪽이 처봉(아들 봉 또는 본처 봉)이다. 장군봉에는 조선 영조 때 세운 ‘능영정’이 있었으나 나루터 주민들의 민원으로 철거와 다시 짓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삼도정’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삼도정은 1972년 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목조 대신 콘크리트로 다시 지은 것인데 내력이 무색할 만큼 존재감이 크다.
이곳의 백미는 강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날 펼쳐지는 반영이다. 강이 거울처럼 변할 때 삼봉이 데칼코마니 작품처럼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을 만나려면 맑은 날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가야 한다.
‘산속의 육교’ 석문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도담삼봉을 감상해 볼 수 있는 전망대는 필수로 들러야 할 곳이다. 관광지 왼쪽 등산로를 따라 170여 개 계단을 오르면 도담삼봉을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기다린다. 나란히 마주 보던 세 개의 봉우리가 원근감 있게 다가온다. 정자에서 약 50m 더 올라가면 자연의 시간이 빚어낸 또 하나의 작품 ‘석문’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산봉우리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마치 커다란 액자 같다. 석회암 동굴이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동굴은 무너지고 입구 부분만 남아 만들어졌다. 방향에 따라 동그란 구멍 너머로 남한강과 도담마을의 일부가 그림처럼 걸린다.
숨은 전망대 ‘이향정’도
도담삼봉을 마주하고 오른쪽 절벽으로 눈을 돌리면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향정(離鄕亭)이란 현판을 달고 있다.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도담삼봉 앞에 있던 마을이 이주하면서 실향민이 된 300여 가구가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 뜻을 모아 지은 정자다.
‘도담삼봉 옛길’ 진입로인 도담삼봉터널 남측 부근에 진입로가 숨어있다. 목책로를 따라 2~3분 정도 올라 이향정에 서면 남한강 물줄기와 함께 삼봉이 차례로 펼쳐진다. ‘고향과 이별한 정자’라는 안타까움보다 유려한 풍경에 감탄사가 먼저 터져나온다. 관광지의 소란을 벗어나 오롯이 자연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이향정을 오가는 길은 관광마차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도담삼봉터널 안을 걷다 보면 이따금 관광마차가 지나다니는데 말발굽 소리가 뜻밖의 힐링을 안겨준다.
강 건너 마을이자 도담삼봉의 배경이 돼주는 ‘도담정원’도 추천한다. 도담삼봉 관광지에서는 4㎞,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4만㎡(1만 2000여 평)의 도담정원은 계절에 따라 유채꽃, 양귀비, 청보리, 황화코스모스 등이 피고 져 일부러 찾아가볼 만하다. 도담삼봉의 뒷모습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도담삼봉에서 단양 마늘을 활용한 만두와 빵, 닭강정, 순대 등 이색 먹을거리가 포진해 있는 ‘단양구경시장’이 차로 5분, 스카이워크 전망대인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박근희 객원기자
가까이 있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단양강 잔도
도담삼봉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 만천하스카이워크 부근에 있는 단양강 잔도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올랐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 형태로 조성한 길. 상진대교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남한강 암벽을 따라 설치된 총 길이 1.2㎞의 단양강 잔도길은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사이를 걸으며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밤에 데크길 곳곳에 따뜻한 야간 조명이 켜지면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신해 ‘2020 야간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한 ‘이끼터널’, ‘수양개빛터널’ 등과 가까이 있어 연계해 둘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