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형 차륜형 자주곡사포 ‘K9MH’의 시연 영상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K9MH는 도로 기동성이 뛰어난 차륜형 플랫폼과 자동화 사격체계를 결합해 소수 인원으로도 신속한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 등 차세대 포병 전력 현대화 사업을 겨냥한 유력 후보로 평가된다.
K9MH는 K9 자주곡사포(K9 Thunder·이하 K9 자주포) 계열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K9 자주포는 국산 기술로 개발된 대표 포병 전력으로 실전 운용 경험과 검증된 성능을 갖춘 무기체계다.
K9 자주포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처음 교전에 투입됐다. 당시 북한군이 사전경고 없이 연평도 일대를 기습 포격하자 우리 군은 K9 자주포를 운용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일부 장비가 피해를 입고 통신장애가 발생했음에도 약 13분 만에 전열을 재정비해 대응 사격을 할 수 있었다. 이날 군은 북한 포병 진지를 향해 총 80여 발을 발사했다. 사후 위성 분석에서 비교적 정확한 탄착군이 확인되면서 긴급 상황에서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
K9 자주포는 화력, 기동성, 생존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개량을 거듭하며 수출시장을 확대했다. 2001년 튀르키예 수출을 시작으로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 유럽은 물론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이집트 등으로 공급되며 2026년 4월 기준 누적 수출액 약 14조 원을 기록했다. 현재 K9 자주포는 전 세계 155㎜ 자주포 시장에서 과반에 근접한 점유율을 확보하며 K-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반자동 장전·디지털 사격통제
K9 자주포 개발은 197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ADD·이하 국과연) 중심의 ‘번개사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155㎜ 곡사포 개발이 추진됐고 1980년대에는 견인곡사포 KH179가 실전 배치됐다.
그러나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이 지속되면서 기동성과 생존성을 갖춘 자주포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과연은 198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K9 자주포가 완성됐다.
현재 운용 중인 K9A1 자주포는 반자동 장전체계와 디지털 사격통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신속한 사격 준비와 높은 명중도를 확보했다. 최고속도는 67㎞/h에 달하며 ‘사격 후 진지 이탈(Shoot&Scoot)’이 가능하다. 탄종에 따라 최대사거리는 40㎞ 이상이며 급속사격 시 15초 내 3발 발사가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2027년 완성을 목표로 약 2조 3600억 원 규모의 2차 성능개량(K9A2) 사업을 추진 중이다. 완전자동 장전체계를 적용해 발사 속도를 분당 9발 수준으로 높이고 승무원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대규모 패키지 수출 확대
K9 자주포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자주 비교되는 것은 독일의 PzH 2000이다. PzH 2000은 차체가 더 크고 전투 중량이 약 55톤 수준으로 K9 자주포보다 무겁다. 포탄 적재량 역시 약 60발로 K9 자주포(48발)보다 많고 수직장애물 및 참호 통과능력 등 일부 기동 성능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급속사격 속도도 3발 기준 약 10초로 K9 자주포(약 15초)보다 빠르다.
반면 K9 자주포는 사거리 측면에서 PzH 2000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기동성과 출력 대비 효율에서 강점을 보인다. 최고속도는 약 67㎞/h로 PzH 2000(약 60㎞/h)보다 빠르며 톤당 출력(약 21.6hp/t)에서도 우위를 차지한다. 특히 등판능력(경사를 오를 수 있는 성능)의 경우 약 60% 경사(약 31도)를 극복할 수 있어 50% 수준인 PzH 2000보다 험지 기동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K9 자주포는 대당 약 40억~60억 원 수준으로 150억 원 이상인 PzH 2000 대비 도입 비용이 크게 낮다. 핵심 전투 능력은 유지하면서도 비용 효율을 극대화한 자주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K9 자주포는 최근 정부 간 계약과 현지 생산을 결합한 패키지 형태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폴란드와는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포함한 약 4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기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K9 자주포는
1차(약 3조 2000억 원 규모)와 2차(약 3조 4000억 원 규모) 실행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이집트와도 K10 탄약운반 장갑차, 교육·정비, 현지 생산을 포함한 약 2조 원 규모의 패키지 계약이 2022년 체결됐다. 4월 9일에는 기존 운용국인 핀란드와 약 9400억 원 규모의 추가 도입 계약이 이뤄지는 등 K9 자주포는 실행계약과 후속 도입을 중심으로 수출 기반을 넓혀가는 중이다.
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