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부터 저작권과 계약, 특허 전략, 투자유치까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법률과 지식재산(IP), 자금조달 전략이 존재한다. 라이노특허법률사무소가 지난 7월 28일 서울 강남구 드리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기업 성장을 이끄는 법률·지식재산 세미나’에서는 스타트업이 실제 사업을 운영하면서 마주하는 법률·특허·투자 이슈를 사례 중심으로 짚었다. 이날 연사들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전략”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 관리부터 AI 시대 저작권과 계약, 지식재산권 전략, 투자유치까지 기업 성장 단계별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기업 성장을 이끄는 법률·지식재산’ 세미나 안내 화면.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다”…AI 기업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관리 체계
첫 번째 세션에서는 노타의 이지훈 변리사가 AI 기업이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오픈소스 라이선스 이슈와 기술특례상장, 투자 실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관리 체계를 소개했다. 발표의 핵심은 “오픈소스는 무료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저작권자가 일정한 조건 아래 이용을 허락한 소프트웨어”라는 점이었다. 조건을 준수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위반하면 저작권 침해나 계약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오픈소스는 일부 개발자가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발표에 따르면 상용 소프트웨어 코드베이스의 96~97%는 오픈소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 소스코드의 약 77%가 오픈소스에서 유래한다. 개발자가 직접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뿐 아니라 외주 개발 결과물이나 구매한 SDK, 소프트웨어 모듈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제품에 포함된다.
문제는 오픈소스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라이선스를 적용받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데 있다. MIT나 Apache와 같은 허용형(Permissive) 라이선스는 비교적 제약이 적지만 GPL이나 AGPL 등 카피레프트(Copyleft) 계열은 소스코드 공개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AGPL은 SaaS 형태의 서비스에도 의무가 적용될 수 있어 AI 기업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라이선스로 소개됐다.
이 변리사는 실제 사례로 한글과컴퓨터의 Ghostscript 분쟁을 소개했다. 한컴은 PDF 변환 기능에 오픈소스를 사용하면서 라이선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됐고, 결국 약 205만 달러 규모의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개발 초기 라이선스를 검토하거나 상용 라이선스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라는 설명이다.
발표는 오픈소스 관리가 투자와 상장 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강조했다. 기술특례상장과 투자 실사(IP Due Diligence)에서는 특허뿐 아니라 오픈소스 라이선스 준수 여부도 함께 확인하며, 최근에는 SBOM(Software Bill of Materials) 제출 요구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픈소스 관리는 법무팀만의 업무가 아니라 담당자 지정과 라이선스 관리, 보안 점검, SBOM 관리까지 포함한 기업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형완 라이노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가 스타트업의 특허 및 지식재산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 가장 큰 리스크는 기술보다 ‘권리’와 ‘계약’이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정상화 이로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AI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저작권과 계약 실무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냈다. 발표는 생성형 AI 결과물의 저작권뿐 아니라 학습데이터, 개인정보, AI 기본법, 투자계약까지 AI 기업이 실제 사업 과정에서 마주하는 법적 리스크를 폭넓게 다뤘다.
먼저 생성형 AI 결과물의 저작권 기준을 짚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어 AI가 스스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반면 사람이 기획·선택·배치·편집 등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해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으며,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업이 실제 분쟁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영역으로 학습데이터를 꼽았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에는 AI 학습을 위한 별도 면책 규정이 없어 공정이용 조항 해석에 의존하고 있으며, 방송 3사와 네이버 간 생성형 AI 학습 저작권 소송도 이러한 쟁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학습데이터는 출처와 이용 권한을 명확히 확보하고 관련 근거를 계약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도 중요한 리스크로 다뤘다. ‘이루다’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활용 범위, 국외 이전 여부까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생성형 AI 사업자 실태점검과 딥시크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소개했다.
아울러 올해 시행된 AI 기본법도 함께 설명했다. 자체 모델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AI 사업자로서 AI 서비스 제공 사실과 생성 결과물 표시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후반부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계약 조항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외주 계약에서는 저작재산권 귀속과 원본 파일 인도, 제3자 권리침해 보증, 생성형 AI 사용 여부 고지 등을, 투자계약에서는 경영사항 사전동의, 진술과 보장, 이해관계인 연대책임, 상환권, 동반매도권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창업자가 계약서 속 ‘이해관계인’ 조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회사의 의무가 대표 개인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정상화 대표변호사는 “AI 시대에도 법이 묻는 질문은 결국 같다”며 “누가 만들었고, 무엇으로 만들었으며, 누구와 어떤 약속을 했는지를 기록과 계약으로 남기는 회사가 결국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대표와 예비창업자들이 ‘기업 성장을 이끄는 법률·지식재산’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특허는 등록이 아니라 사업 전략이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라이노특허법률사무소 노형완 대표변리사가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재산(IP) 전략을 소개했다. 발표는 특허를 단순한 권리 확보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성장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노 변리사는 특허를 “기술을 독점하는 대신 공개를 전제로 부여되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특허를 출원하면 기술 내용은 일정 기간 후 공개되기 때문에 모든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기보다, 무엇을 특허로 보호하고 무엇을 영업비밀로 유지할지부터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허의 가치는 등록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허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수단인 동시에 기술이전과 라이선스 사업, 투자와 M&A, 정부지원사업 평가까지 기업의 성장 과정 전반에서 활용되는 핵심 자산이라며,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을 사업 단계에 맞춰 함께 관리하는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특허는 발명자와 변리사의 충분한 소통 속에서 사업성과 시장성을 함께 반영해 만들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자금은 운영비가 아니라 ‘다음 18개월’을 사는 돈
마지막 세션에서는 벤처스퀘어 장원준 심사역이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조달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투자유치를 단순히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아니라, 다음 투자 라운드까지 기업이 무엇을 증명할 것인지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장 심사역은 “투자는 돈을 받는 일이 아니라 다음 18개월을 설계하는 일”이라며 이번 투자금으로 다음 라운드에서 어떤 성과를 입증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6개월은 제품 개발과 핵심 인력 확보, 이후에는 고객 검증과 인증, 마지막에는 매출 확대와 후속 투자 준비로 이어지는 명확한 마일스톤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운영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보다, 투자금으로 어떤 리스크를 해소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투자사의 이름보다 현재 우리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성장 단계와 산업 분야, 운용 중인 펀드의 투자 기간과 규모, 주목적 투자 분야, 담당 심사역의 포트폴리오까지 함께 확인해야 실질적인 투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술개발과 핵심 인력 확보에는 VC와 TIPS를, 생산설비에는 성장자본과 정책금융을, 해외 진출에는 글로벌 VC와 전략적 투자(SI)를 활용하는 등 자금의 목적에 맞춰 조달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 심사역은 OGQ 사례를 소개하며 투자계약 검토의 중요성도 짚었다. 특히 계약서의 ‘이해관계인’ 조항은 회사의 의무가 대표 개인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투자 규모나 기업가치만큼 계약 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스타트업 경영자가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세미나는 기술과 법률, 지식재산, 투자가 각각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시대는 지났다. 오픈소스 라이선스 관리부터 저작권과 계약, 특허 포트폴리오, 투자계약까지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준비를 갖춘 기업일수록 기술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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