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젊은 이용자들이 손끝과 귀에 바로 닿는 자극을 선택하고 있다. 말랑이와 왁뿌볼을 누르거나 키캡을 반복해서 두드리고, ASMR과 자연음을 들으며 잠시 주의를 현재의 감각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감각 자극이 제품 구매에서 모바일 콘텐츠 이용으로 이어지면서 촉각 완구와 청각 기반 멘탈케어 서비스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넛지헬스케어는 이를 일상에서 짧게 시도하는 ‘감각형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설명하며 트로스트 사운드테라피의 이용 데이터를 공개했다.
건강관리 플랫폼 기업 넛지헬스케어는 손으로 만지는 피젯토이와 소리를 듣는 마음챙김 콘텐츠가 Z세대의 일상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딸깍, 말랑, 사르르” 손끝에서 귓가까지, Z세대가 ‘감각’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 이미지 (사진 제공: 넛지헬스케어가 생성한 AI 이미지)
피젯토이(Fidget Toy)는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누르고 문지르거나 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감각형 도구다. 스트레스볼과 말랑이, 슬라임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강조한 제품부터 얇은 왁스층을 깨뜨리는 왁뿌볼, 버튼을 누르는 감각과 소리를 함께 즐기는 키캡과 클릭스톤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용자는 제품의 모양뿐 아니라 눌리는 강도와 표면의 질감,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속도, 반복할 때 발생하는 소리까지 비교한다. 촉각형 도구가 단순한 완구에서 개인의 감각적 취향을 드러내는 수집품이자 책상 위 소품으로 소비되는 배경이다.
플랫폼 거래 지표에서도 관련 수요가 확인된다. 넛지헬스케어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그재그에서 2026년 5월 말랑이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다. 에이블리에서는 상반기 말랑이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4% 늘었다.
오프라인 상권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말랑이 거리’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창신1동의 문구·회화용품 소매업 월평균 매출은 2025년 11월 835만원에서 2026년 2월 1124만원으로 약 34% 증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품을 누르거나 자르고 터뜨리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이용자가 직접 촉감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완구거리 방문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촉각과 소리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도 최근 감각 소비의 특징이다. 왁뿌볼의 표면이 깨지는 소리나 키캡을 누를 때 발생하는 타건음은 제품을 만지는 사람뿐 아니라 영상을 시청하는 이용자에게도 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개봉과 수집, 사용 과정을 촬영한 숏폼 콘텐츠가 다시 제품 검색과 구매를 유도하면서 촉각 완구와 ASMR 콘텐츠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손끝에서 귀로…트로스트 사운드테라피 1억7900만회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은 ASMR과 싱잉볼, 자연음, 백색소음 등 청각 콘텐츠로 이어진다. 부드러운 속삭임과 종이 넘기는 소리, 빗소리, 반복적인 리듬처럼 일정하게 이어지는 음향을 들으며 복잡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하거나 수면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청각 콘텐츠는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이동 중이나 업무 사이, 잠들기 전에도 이용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들을 수 있어 별도의 공간이나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재생 시간에 따라 짧은 휴식부터 수면까지 이용 목적을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넛지헬스케어가 운영하는 마음건강 플랫폼 트로스트는 ASMR과 명상, 수면 콘텐츠 등을 결합한 청각 특화 콘텐츠 ‘사운드테라피’를 제공한다. 자연의 소리와 백색소음, 반복적인 리듬과 안정적인 음향을 활용해 휴식과 수면, 업무 집중 등 이용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하도록 구성했다.
회사 집계에 따르면 트로스트 사운드테라피는 서비스 출시 이후 2026년 7월까지 누적 재생 수 1억7900만회를 기록했다. 누적 이용자 수와 달리 한 명이 여러 번 들은 횟수를 합산한 재생 지표로, 이용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콘텐츠를 반복해서 듣는 이용 방식을 반영한다.
트로스트는 사운드테라피 외에도 비대면 심리상담과 심리검사, 감정 기록, 명상·수면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가벼운 휴식이 필요한 상황과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상황에 따라 마음관리 방식을 선택하도록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2018년 발표된 ASMR의 정서·생리 반응 연구에서는 ASMR을 실제로 경험하는 참가자에게서 긍정적인 정서와 심박수 감소가 확인됐지만, 같은 콘텐츠를 접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싱잉볼과 소리 명상 관련 연구도 긴장과 불안 완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연구 규모와 설계가 서로 달라 의료적 치료 효과로 일반화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피젯토이와 ASMR, 사운드테라피는 짧게 주의를 전환하고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는 보조적인 자기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불안과 우울감, 수면 문제가 반복되거나 학업과 업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경우에는 감각 콘텐츠보다 전문적인 진단과 상담이 우선돼야 한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촉각·청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면 복잡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환기하는 일상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불안이나 우울감, 수면 문제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감각 콘텐츠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he post 누르고 듣고 잠시 멈춘다…말랑이·ASMR로 번진 Z세대 ‘감각 휴식’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