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인공지능(AI)과 보행 기술을 결합한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조선과 건설 등 작업 환경이 복잡한 산업에서는 로봇의 이동 능력뿐 아니라 안전성과 내구성, 작업 정확도, 유지보수 체계까지 확보해야 한다. 기술 실증을 마친 로봇이 상용 제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객 요구를 반영한 제품 설계와 생산·품질 관리 역량도 필요하다.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가 로봇 제품화 경험을 갖춘 경영진을 영입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디든로보틱스(대표 김준하)는 정병찬 전 한화로보틱스 대표이사를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정 CPO는 한화그룹에서 로봇사업과 기술개발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한화 기계부문과 모멘텀 부문에서 로봇사업팀장과 로봇기술팀장을 거쳐 한화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으며 로봇 기술개발 조직을 이끌었다.
디든로보틱스 최고제품책임자(CPO)로 합류한 정병찬 전 한화로보틱스 대표이사 (사진 제공: 디든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재직 당시에는 차세대 협동로봇 개발과 이동로봇 제품화를 주도했으며, 2024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대표 재임 중에는 로봇 제품군을 확대하고 국내외 판매망을 확장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번 영입은 디든로보틱스가 진행 중인 산업용 보행로봇의 현장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제품화와 양산 준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 CPO는 디든로보틱스에서 사족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DIDEN Spider)’와 이족보행 플랫폼 ‘디든 워커(DIDEN Walker)’, ‘디든 휴머노이드(DIDEN Humanoid)’의 제품화를 담당한다. 기술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로봇의 기능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고,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이다.
양산과 품질 관리, 고객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도 맡는다. 디든로보틱스는 이를 통해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 역량을 제품 생산과 공급, 운영 지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조선소 용접 실증에서 양산으로…2028년 산업용 로봇 250대 보급 목표
디든로보틱스는 2024년 3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출신 연구자 4명이 공동 창업한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이다. 회사는 조선업의 인력 부족과 고난도 작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석을 활용한 보행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 제품인 디든 스파이더는 자석발을 이용해 이동하는 사족보행 로봇이다.
조선소에서는 대형 선박의 구조물과 철판 등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 용접이 이뤄진다. 작업 위치에 따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이동에 제약이 발생하는 만큼, 로봇이 작업 구역에 접근하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디든로보틱스는 이러한 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자석발 보행로봇을 개발하고, 조선 현장에서 용접 작업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3대 조선소에서 디든 스파이더의 용접 실증을 진행 중이며, 유럽 고객사와 첫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또한 국내 조선소에서의 실증과 해외 고객사 계약을 바탕으로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유럽 수출 계약의 고객사와 공급 규모, 계약 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디든로보틱스의 다음 목표는 실증 단계의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 공급할 수 있는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회사는 2027년 디든 스파이더의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약 250대의 로봇을 산업 현장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에도 착수할 계획이며, 사족보행 로봇과 이족보행 플랫폼에 이어 휴머노이드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산업 현장의 다양한 작업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조선업 중심의 사업 영역을 건설과 선박 운항 현장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산업 현장에 수천 대 이상의 로봇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생산 수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현장별 작업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안정성과 유지보수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산업용 로봇은 도입 이후에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만큼, 제품 품질과 고객지원 역량이 사업 확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디든로보틱스는 정 CPO가 보유한 협동로봇 및 이동로봇 제품화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과 양산, 품질 관리, 고객지원에 이르는 제품 운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병찬 디든로보틱스 CPO는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이 현장에서 쓰이기 시작한 지금이 제품화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봤다”며 “고객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한편, 양산·품질·고객지원 체계를 구축해 세 로봇이 더 많은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공동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디든로보틱스는 이제 기술을 증명하는 단계를 지나 양산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로봇을 개발부터 출시까지 이끌어 본 정병찬 CPO와 함께 스파이더와 워커, 휴머노이드를 현장에서 믿고 쓰는 제품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디든로보틱스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내 조선소에서 진행 중인 용접 실증과 해외 공급 계약을 제품 양산으로 연결하고, 산업용 보행로봇의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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