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의 투자 성과는 투자 시점보다 회수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술기업의 기업공개는 시장 상황과 기술성평가, 상장심사 등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해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율주행과 AI, 반도체처럼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산업에서는 초기 발굴과 후속 투자의 연결이 더욱 중요하다. SBI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기업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서 잇따라 코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벤처투자회사 SBI인베스트먼트는 라이드플럭스와 셀렉트스타, 영광YKMC 등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상장예비심사와 기술성평가를 진행하며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3일 발표했다.
SBI인베스트먼트 CI (자료 제공: SBI인베스트먼트)
자율주행부터 AI 데이터·정밀가공까지 IPO 절차 진입
자율주행 AI 기업 라이드플럭스는 지난 8월 14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기술성평가기관 두 곳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제주에 본사를 둔 라이드플럭스는 인지와 판단, 제어, 고정밀 지도 등 레벨4 자율주행에 필요한 풀스택 AI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의 기술기업으로 현대자동차,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함께 선정됐다.
라이드플럭스는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유상 자율주행 화물운송 허가를 취득했다. 7월부터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과 로보트럭 화물운송을 수행하며 물류 분야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무인 운송수단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와 라이드플럭스의 기술력을 검토해 2020년 첫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한 차례 더 투자해 총 두 번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AI 데이터 및 신뢰성 평가 기업 셀렉트스타는 지난 7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연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후속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셀렉트스타는 기업의 AI 개발·도입 목적에 따라 학습 및 평가 데이터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다투모 서비스’를 운영한다. 평가 데이터 생성부터 AI의 성능과 안전성 검증까지 하나의 환경에서 수행하는 ‘다투모 플랫폼’도 제공한다.
SBI인베스트먼트는 AI 산업의 경쟁 기준이 데이터의 양에서 신뢰성 검증으로 이동할 것으로 판단해 2025년 셀렉트스타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부품에 사용되는 정밀가공 및 표면처리 기술을 보유한 영광YKMC도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충남에 본사를 둔 영광YKMC는 독자적인 가공 기술을 토대로 고객사를 확보해 왔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소수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시장에서 영광YKMC의 기술 경쟁력과 고객사 확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2020년 시리즈A 단계부터 투자에 참여해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지원했다.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의 IPO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열교환기 토털 솔루션 기업 디티에스는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기업공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토대로 기술력과 시장 확장성을 갖춘 기업을 초기 또는 성장 단계에서 발굴하는 투자 전략을 운용한다. 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후속 투자를 연결하고 상장과 회수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SBI인베스트먼트는 1986년 설립됐으며 1987년 11월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을 결성했다. 1989년에는 벤처투자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27개 펀드를 통해 약 1조5,0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1,0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 220개 이상의 IPO 기업을 배출했다.
투자 분야는 AI·딥테크,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제조 등이다. 일본 SBI홀딩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투자기업의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SBI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라이드플럭스와 셀렉트스타, 영광YKMC는 각 산업에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로 초기 또는 성장 단계부터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며 “여러 포트폴리오 기업이 IPO 단계에 들어선 것은 유망 기업 발굴과 후속 투자, 상장, 회수로 이어지는 투자 전략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투자 기업의 상장 자체보다 산업의 변화를 이끌 기업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며 “성장 단계에 맞는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함께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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