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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 사람을 남겨라…OPEN UP이 풀어낸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

가격보다 사람을 남겨라…OPEN UP이 풀어낸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

벤처스퀘어가 9일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OPEN UP: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의 기술’을 개최했다.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는 정보·시간·힘을 중심으로 M&A 현장에서 체득한 협상법을 공유했고, 하경수 로가 대표는 두 번의 폐업과 식물성 콜라겐 사업에서 얻은 9가지 협상... The post 가격보다 사람을 남겨라…OPEN UP이 풀어낸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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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잘하니까 가서 가격 좀 깎아주세요.”

협상을 잘한다는 사람에게 흔히 돌아오는 부탁이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는 흥정만으로는 거래 이후의 관계까지 얻기 어렵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서로 움직일 이유를 만드는 일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자본과 정보, 선택지가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이 차이가 협상의 결과를 좌우한다.

벤처·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벤처스퀘어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OPEN UP: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의 기술’을 개최했다. 우앤파트너스 우준호 대표와 로가 하경수 대표가 연사로 참여했으며,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패널 토크와 라이브 클리닉을 진행했다.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가 ‘OPEN UP: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의 기술’에서 정보·시간·힘을 중심으로 M&A 협상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드라마 <협상의 기술>의 주인공 캐릭터에 모티브를 제공한 우준호 대표는 이랜드에서 15년 동안 국내외 M&A 15건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상을 풀어냈다. 그가 참여한 거래 규모는 누적 13억달러에 이른다.

우 대표는 가격을 깎아 한쪽이 더 많이 가져가는 방식보다 양측이 거래를 이어갈 이유를 찾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협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요소로는 정보와 시간, 힘을 꼽았다. 정보는 양측이 진짜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일이고, 시간은 상대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흐름을 관리하는 일이다. 힘은 직위나 자금보다 대안과 신뢰, 필요할 때 거래를 멈출 수 있는 판단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M&A 사례도 소개했다. 한 해외 기업이 계약 직전 합의한 가격에서 약 10%를 추가로 낮춰달라고 요구하자 우 대표는 거래 종료를 통보했다. 상대를 공격하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대신 기존 합의와 자신의 기준을 지켰다. 약 2주 뒤 상대 기업은 당초 합의했던 조건으로 돌아왔다.

우 대표는 “그만둘 수 없는 사람에게는 협상력이 없다”며 “좋은 조건을 요구하려면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을 중단하더라도 상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득 대신 이유를 만들고, 조건보다 오래갈 관계를 남긴다
우 대표의 발표는 하경수 대표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우 대표는 ‘세계 최초 식물성 콜라겐’이라는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하 대표와의 만남을 세 차례 거절했다. 거듭된 요청 끝에 하 대표를 만난 뒤 자료와 특허, 기술을 검증했고, 투자유치 자문을 넘어 직접 투자에 참여했다.

우 대표는 첫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16억원을 모으고 당시 기업가치 250억원을 기준으로 로가에 투자했다. 같은 시기 더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해외 투자자의 제안도 있었지만, 하 대표는 우 대표와의 약속을 선택했다. 가격보다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를 선택한 두 사람의 경험은 이날 행사가 말하는 협상을 압축한 사례가 됐다.

하경수 로가 대표가 두 번의 폐업과 식물성 콜라겐 사업을 거치며 정리한 9가지 협상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하경수 대표는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움직일 이유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의 출발점은 성공보다 실패에 있었다. 스무 살 무렵 대학가에서 도시락 가게와 치킨 가게를 열었지만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책상 위에서 배운 지식보다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반응이 더 큰 수업이었다는 설명이다.

3대째 농업을 이어온 집안에서 성장한 경험도 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날씨와 자연은 사람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밭을 매는 사람의 몫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노력으로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해야 할 몫은 끝까지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태도는 식물성 콜라겐 사업으로 이어졌다. 하 대표는 비타민과 오메가3가 식물성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콜라겐만 동물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의 전제에 질문을 던졌다. 로가는 라오스 직영 유기농 농장에서 재배한 히비스커스를 활용해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2021년 원물과 제조 특허를 확보했으며 2022년 프랑스 ‘SIAL 파리’ 원료 부문 혁신 대상을 받았다. 하 대표는 발표에서 로가가 2025년 연매출 250억원과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했고, 2025년 8월 110억원 규모 시리즈A에 이어 2026년 5월 15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소개했다.

소재 개발 방식도 바꿨다. 연구실에서 원료를 먼저 개발한 뒤 구매자를 찾는 방식에서 출발하지 않고, 글로벌 고객의 결핍과 검색 데이터를 먼저 파악한 뒤 필요한 천연물 분자 구조를 설계한다. 로가는 이를 통해 원료 공급사를 넘어 브랜드가 고유한 원료와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플랫폼을 지향한다.

하 대표는 자신의 협상 원칙을 주도권·질문·본질·도움·맥락·증명·초대·시간·선택 등 9개 단어로 정리했다. 상대의 선택권을 빼앗는 대신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주어진 전제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통해 판을 바꾸는 방식이다. 상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큰 꿈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순서로 전달하며, 말보다 행동과 실적으로 신뢰를 쌓는 과정도 포함됐다.

협상의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관계가 조건보다 크다’는 공식을 제시했다. 당장의 작은 양보가 신뢰를 만들고 10년을 함께할 파트너를 남겼다면, 오늘 조금 덜 가져간 결과만으로 패배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의 진행으로 우준호 대표와 하경수 대표가 스타트업의 가격·투자·대기업 협상에 관한 패널 토크를 진행했다.
익명 사연이 무대로…가격·투자·대기업 협상의 해법을 찾다
패널 토크에서는 좋은 분위기로 끝난 미팅이 다음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가격을 양보해야 하는 순간, 투자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창업자가 확인해야 할 기준,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의사결정자를 찾는 방법 등을 다뤘다. 두 연사는 협상 상대가 표현한 요구와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구분하고, 양보할 조건과 지켜야 할 기준을 테이블에 앉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라이브 클리닉에서는 참가 신청 과정에서 익명으로 접수한 사연을 주제별로 재구성해 실제 협상 상황에 적용했다. 첫 대기업 고객이 30% 할인을 요구했을 때 가격을 낮추는 대신 무엇을 받아낼 수 있는지, 세 차례 미팅 후에도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는 투자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등을 놓고 참석자들과 해법을 찾아갔다.

가격과 조건을 얼마나 유리하게 가져오느냐만으로 협상의 성패가 갈리지는 않는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읽고, 내가 양보할 것과 반드시 지킬 것을 미리 정해두는 준비가 필요하고, 당장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만큼 거래 이후에도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는 신뢰와 관계를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이날 OPEN UP에서 다룬 협상은 무조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보다 상대가 움직일 이유를 만들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다음 거래까지 이어갈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 가까웠다. 정보와 시간,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부터 가격과 조건, 신뢰와 관계까지, 스타트업이 강자와 마주한 협상 테이블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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