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소폭 낮아졌다. 4인 가족 기준 평균 비용은 19만6630원으로 20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장바구니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이 평균 숫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과와 조기, 곶감 가격은 크게 떨어진 반면 애호박과 계란은 두 자릿수로 올랐고,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가운데 어디에서 장을 보느냐에 따라서도 지난해와 비교한 비용 변화가 엇갈렸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와 유통업계의 할인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차례상 물가는 ‘전체적으로 조금 싸졌다’기보다 품목과 구매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진 모습이다. 같은 차례상을 준비하더라도 장보기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실제 지출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9월 18일 전국 22개 지역의 17개 전통시장과 36개 대형유통업체를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1주 전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19만663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 19만9693원보다 1.5% 낮은 수준이다. 조사 대상은 채소·과일·축산물 등 8개 부류 24개 품목이다.
평균 비용의 하락을 이끈 것은 과일과 수산물, 임산물이다. 과일류 비용은 지난해 2만2350원에서 올해 2만742원으로 7.2% 떨어졌고 수산물은 2만2579원에서 2만1480원으로 4.9%, 임산물은 3만3664원에서 3만836원으로 8.4% 낮아졌다.
반대로 축산물은 6만4790원에서 6만6427원으로 2.5% 올랐다. 채소류 역시 2.7%, 가공식품은 2.0% 상승했다. 차례상 전체 비용은 내려갔지만 모든 성수품 가격이 함께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 19만6천 원 선 (사진 제공: aT)
사과 13% 내렸는데 애호박 19% 올랐다…엇갈린 추석 물가
품목별로 들어가면 가격 차이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5개에 평균 1만3244원이었던 사과는 올해 1만1468원으로 13.4% 하락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햇품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반면 배 3개 가격은 9106원에서 9274원으로 1.8% 올라 과일 안에서도 흐름이 달랐다.
수산물에서는 조기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3마리 기준 평균 가격이 지난해 6414원에서 올해 4926원으로 23.2% 떨어졌다. 동태도 0.8% 낮아졌다. 반면 북어 한 마리는 5585원에서 6061원으로 8.5% 올랐다.
임산물 역시 품목에 따라 차이가 컸다. 곶감 9개 가격은 9669원에서 7368원으로 23.8% 떨어졌고 밤 1kg은 9.8%, 대추 200g은 10.7% 하락했다. 고사리 400g은 지난해보다 4.9% 비싸졌다.
장바구니 부담을 높인 품목도 있다. 애호박 한 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922원에서 올해 2279원으로 18.6% 뛰었다. 계란 10구는 2130원에서 2370원으로 11.3% 상승했다. 무 한 개도 8.0% 올랐다. 반면 배추와 시금치는 각각 3.5%, 2.1% 하락했다.
차례상에서 지출 비중이 큰 육류는 상승세를 보였다. 소 설도 900g은 3만5901원에서 3만7053원으로 3.2%, 돼지고기 앞다리 300g은 4863원에서 5028원으로 3.4% 올랐다. 소 양지 400g은 0.4% 상승했다.
가공식품에서는 두부 가격이 10.4% 올라 상승 폭이 컸다. 송편 1kg은 1만2649원에서 1만3070원으로 3.3%, 청주는 2.0%, 산자는 1.5% 올랐다. 식혜와 약과는 각각 3.5%, 3.2% 낮아졌다.
평균 1.5%라는 차례상 물가 하락률 뒤에서 품목별로 20%가 넘는 상승과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도 역전…‘한 곳에서 다 사기’보다 품목별 장보기
구매처에 따른 차이도 눈에 띈다. 올해 전통시장에서 24개 품목을 모두 구매할 경우 차례상 비용은 평균 19만5911원으로 지난해 19만2851원보다 1.6% 상승했다. 대형유통업체는 같은 기간 20만7238원에서 19만1511원으로 7.6%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만4387원 저렴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오히려 대형유통업체가 전통시장보다 4400원가량 낮게 나타났다. 정부 할인 지원과 농협의 반값 상차림 할인, 유통업체 자체 할인 등이 대형유통업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고 모든 품목을 대형유통업체에서 사는 것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aT 조사에서는 쌀과 채소, 과일, 축산물은 대형유통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았고 수산물과 임산물, 가공식품은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실제 소 설도 900g은 전통시장 평균 3만9456원, 대형유통업체 3만1923원으로 7500원 이상 차이가 났다. 사과 5개 역시 전통시장 1만3647원에 비해 대형유통업체는 1만127원이었다. 반대로 두부 2모는 전통시장 4172원, 대형유통업체 6677원이었고 동태 800g도 각각 8505원과 1만1432원으로 전통시장이 저렴했다.
올해 차례상 장보기에서 평균 비용보다 ‘품목별 가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쌀·과일·축산물은 대형유통업체에서, 수산물·임산물·가공식품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장보기 동선을 나누면 할인 효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통시장에는 별도의 할인 변수도 남아 있다. 9월 20일까지 국산 농수축산물을 구매하면 구매액의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며 1인당 환급 한도는 2만원이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통시장 장보기 비용은 조사 가격보다 낮아질 수 있다. 농산물·축산물·임산물에 적용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도 9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최대 할인율은 40%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aT는 성수품 구매가 집중되는 추석 직전 햇품 공급이 늘고 대형유통업체의 추석 할인 행사가 본격화하면서 차례상 비용의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욱 aT 수급이사는 “이번 추석에 정부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남은 기간에도 안정적인 성수품 공급과 상차림 비용 등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 평균 가격은 19만6630원이다. 그러나 실제 장바구니에서는 이 숫자보다 품목별 가격 변화와 할인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사과와 조기처럼 지난해보다 크게 저렴해진 품목이 있는가 하면 애호박과 계란처럼 가격이 두 자릿수로 오른 품목도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가격 공식도 달라졌다. 한 곳이 언제나 저렴하다고 보기보다 품목별 가격과 할인·환급 혜택을 함께 따져보는 것이 올해 추석 장보기의 핵심이다. 20만원에 가까운 평균 차례상 비용에서 몇 만원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어디서 무엇을 사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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