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에서 작품의 경쟁력은 감독과 배우뿐 아니라 촬영, 편집, 시각효과(VFX),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함께 만들어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제작 과정에 도입되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여러 국가의 시청자를 만나는 환경에서는 창작자의 역량과 기술 활용 능력, 유통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신진 영화인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하는 방법과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경로를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외 창작자와 산업 관계자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열고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이어지는 실무 경험을 공유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일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제3회 ‘크리에이티브 아시아(Creative Asia)’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미국영화협회(MPA)가 공동 기획에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행사에는 400명 이상의 신진 영화인이 참석해 마스터클래스와 업계 대담, 워크숍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 현장의 경험과 산업 동향을 공유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부문 부사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시아’에서 아시아 콘텐츠 산업과 창작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올해는 기존 마스터클래스와 대담 프로그램에 더해 실무 워크숍을 처음 도입했다. 창작자들이 작품 기획과 제작, 글로벌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 기준을 직접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행사에서는 아시아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창작자의 고유한 시각과 지속적인 인재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0년간 아시아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소개해 왔으며,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아시아 콘텐츠가 세계 시청자를 만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지역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세계 시청자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신진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부문 부사장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참여하는 다양한 제작 인력의 역할을 짚었다. 김 부사장은 “모든 장면은 촬영, 디자인, 편집, 제작, VFX 아티스트 등 수백 명의 판단과 전문성으로 결정되고, 이들의 성장에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넷플릭스는 우리의 모든 작품이 팬들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그 뒤에 있는 사람들과 산업이 더 단단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영어권 TOP 10에 오른 작품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약 30%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50개 이상의 제작사와 협력하고 65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기술 교육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1만8000명 이상에게 교육 및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의 스토리텔링부터 강윤성 감독의 AI 제작 경험까지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작품 기획과 촬영, 제작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마주하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신진 창작자의 작품에 기획 총괄로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한 감독은 약한영웅 Class 1과 후속 시즌, 꿀알바 등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해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창작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면 낯선 소재도 편견 없이 다룰 수 있다는 취지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을 촬영하며 고민했던 영상 표현 방식을 소개했다. 실제 눈으로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한 대와 자연광을 활용했으며,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별장 장면에서는 여름철 햇빛의 방향과 특성까지 고려해 촬영을 준비한 경험을 공유했다.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가 주최한 ‘로케이션과 스토리텔링’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촬영 장소가 이야기의 분위기와 인물의 삶을 전달하는 요소라는 점에 주목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쿠니에다 레이코 공동 프로듀서는 빔 벤더스 감독이 주인공의 일상을 상상하며 촬영 장소를 찾았던 과정을 소개했다.
로케이션 매니저스 길드 인터내셔널의 로렌 쿠퍼는 영화뿐 아니라 삶과 문학, 예술에서 영감을 얻는 접근을 제안하며 촬영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 방식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미국영화협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영화 제작과 AI – 새로운 도구, 새로운 가능성’ 대담에는 강윤성 감독과 웨타 FX의 킴볼 서스턴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성규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프로덕션 시니어 디렉터 등이 참여했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 중간계에서 AI를 활용해 예산 문제로 보류했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인 아덴만에서는 AI 활용으로 제작 기간을 줄이고 전체 비용을 30~40%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강 감독이 소개한 해당 작품의 제작 경험에 따른 수치다.
웨타 FX의 킴볼 서스턴 CTO는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면 아티스트가 더 많은 시도와 수정 작업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인물의 감정과 창의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성규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는 인간 중심의 AI 활용이 창의성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창작을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저예산 영화와 단편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진행한 ‘영화 연출의 새로운 목소리들, 그 다음은’ 대담에는 고백의 역사의 남궁선 감독과 단편영화 선희이모의 위은경·손광민 감독이 참여했다.
남궁선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이 공개된 이후 세계 각국의 시청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한 경험을 소개했다. 손광민 감독은 단편영화가 영화제 상영 이후 관객과 다시 만날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전작의 온라인 리뷰가 10여 개에 그쳤지만 는 넷플릭스 공개 이후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신진 창작자를 위한 실무 교육도 처음 진행됐다. 이기오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디렉터와 크리스토퍼 맥 콘텐츠 소싱 부문 디렉터가 참여한 워크숍에서는 콘텐츠 바이어의 제작 승인 판단 기준과 시청자의 몰입을 유지하는 파일럿 프로그램 구성 방법 등을 다뤘다.
별도로 열린 비공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익스체인지’에는 아시아태평양 7개 시장의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에쿼티 펀드 프로그램 수료생과 각 지역 정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창작 인재 양성과 제작 역량 강화, 지역 콘텐츠 산업의 일자리 창출, 촬영지 관광 등 콘텐츠 제작이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크리에이티브 아시아를 통해 신진 영화인들이 창작과 제작 기술, 산업 구조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아시아 콘텐츠 산업 관계자 간 교류를 이어갔다.
The post 넷플릭스, 부산국제영화제서 신진 영화인 400명 만났다…AI 제작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실전 노하우 공유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