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로봇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고 학습에 활용하느냐가 피지컬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차량의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AI 모델 학습과 검증에 활용되지만,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되면 처리 속도와 인프라 운영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실제 자율주행 개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한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 바스트 데이터(VAST Data)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사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금액과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스트 데이터 로고 (자료 제공: 바스트 데이터)
이번 투자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이자 자율주행 모빌리티 본부인 포티투닷(42dot)이 수년간 바스트 데이터의 ‘VAST AI OS’를 실제 연구개발 환경에서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포티투닷은 기존에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돼 있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 환경을 바스트 데이터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엔비디아 호퍼(NVIDIA Hopper) GPU가 탑재된 DGX 슈퍼팟(DGX SuperPOD) 환경에서 데이터 구조를 표준화하고, 수집부터 모델 학습과 검증·배포까지 이어지는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바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포티투닷의 실제 개발 환경에서 센서와 비디오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 2:1의 데이터 절감률을 기록했다. S3와 NFS 등 복수의 데이터 접근 프로토콜도 지원해 별도의 데이터 복제 없이 시뮬레이션과 학습, 검증 작업을 동일한 데이터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 데이터 병목 줄이고 로보틱스까지 AI 개발 인프라 확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역량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등을 탑재한 시험 차량 한 대에서 하루 수 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글로벌 시험 차량 전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수백 페타바이트(PB) 규모에 이를 수 있다.
바스트 데이터는 이러한 데이터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DASE(Disaggregated Shared-Everything) 아키텍처를 제공한다. 데이터 저장과 접근 자원을 분리하면서 공유하는 구조로, 대규모 GPU 클러스터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기존 고성능 컴퓨팅(HPC) 파일 시스템의 입출력 병목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ADAS와 LLM뿐 아니라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전반의 AI 개발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을 학습·검증한 뒤 그 결과를 다시 개발에 반영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체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호근 현대차·기아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은 “바스트 데이터와의 여정은 고객사로서 시작됐다”며 “ADAS와 언어 모델 개발 환경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면서 데이터 수집부터 검증 모델 도출까지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개발의 핵심은 차량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있다”며 “이번 투자는 실제 개발 환경에서 검증된 신뢰를 바탕으로 바스트 데이터가 장기적인 최적의 파트너임을 확신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레넌 할락(Renen Hallak) 바스트 데이터 설립자 겸 CEO는 “차량과 로봇, 기계 등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과거 일반 기업들이 겪었던 데이터 과제를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마주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투자가 실제 기술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바스트 데이터는 2026년 4월 피델리티, NEA, 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시리즈 F 투자 라운드에서 300억 달러(약 4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데이터와 컴퓨팅, AI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통합하는 ‘VAST AI OS’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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