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팝업스토어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실제 개설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서울 전체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사이 성수와 명동 등 핵심 상권의 공실률은 낮아졌고, AI 열풍에 투자 수요가 몰린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와 장기 운영 수익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현장의 안전 역시 현장 관리자의 책임을 넘어 기업의 예산과 투자,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변화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입지와 건물의 규모보다 실제 활용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따지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16일 제5회 ‘알스퀘어 미디어허브’를 열고 리테일 상권과 브랜드 출점 전략,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투자 시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다뤘다. 정윤선 알스퀘어 이사, 이상준 알스퀘어 이사,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이 각각 발표자로 나섰다.
이번 행사는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의 변화를 현장 데이터와 실제 사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리테일 시장에서는 상권의 양극화와 매장의 역할 변화가, 데이터센터에서는 개발 이후의 자산가치가, 산업안전에서는 안전투자를 결정하는 경영구조가 주요 논점으로 제시됐다.
정윤선 알스퀘어 이사가 ‘리테일, 매장을 다시 정의하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성수 팝업 657건, 줄어든 것은 건수가 아니라 전국 점유율
첫 발표를 맡은 정윤선 알스퀘어 이사는 ‘리테일, 매장을 다시 정의하다’를 주제로 서울 주요 상권의 변화와 국내외 브랜드의 출점 전략을 분석했다.
발표의 출발점은 서울 리테일 시장의 양극화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5년 1분기 8.9%에서 2026년 2분기 9.7%로 상승했다. 반면 명동과 강남대로, 홍대합정, 가로수길, 성수 인접 뚝섬 등 5개 핵심 상권의 단순 평균 공실률은 같은 기간 9.6%에서 6.5%로 낮아졌다. 성수 인접 뚝섬의 공실률은 1.3%, 명동은 6.5%, 강남대로는 6.9%로 집계됐다.
외국인 소비가 핵심 상권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2026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지만 외국인 카드 지출은 10조원으로 50.8% 늘었다. 서울의 올해 1~8월 외국인 카드 소비는 7조8000억원으로 59.9% 증가했고, 성수의 외국인 카드 소비 증가율은 103.7%에 달했다. 방문객 증가 속도보다 소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국인 수요가 집중되는 상권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시장에 대해서도 기존 인식과 다른 수치가 제시됐다. 성수교과서의 팝업스토어 집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성수 팝업은 6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4건보다 33건(5.3%) 증가했다. 판매형 팝업은 337건에서 372건으로 10.4%, 뷰티 분야는 100건에서 141건으로 41% 늘었다. 반면 체험형은 217건에서 212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성수 팝업이 줄고 있다는 인식은 전국 팝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전국적으로 팝업스토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성동구의 전국 점유율은 상반기 기준 34.9%에서 26.0%로 낮아졌다. 성수의 팝업 시장 자체가 축소됐다기보다 팝업이라는 출점 방식이 서울의 다른 상권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팝업의 목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제품을 알리고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는 이벤트형 공간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체험과 판매를 결합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방문객을 실제 구매 고객으로 전환하고, 매장 운영을 통해 브랜드의 시장성을 검증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 이사는 이러한 변화가 브랜드의 출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여러 지역에 매장을 분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 방문객과 매출이 검증된 핵심 상권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남동의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같은 상권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매장을 추가하면 기존 매장의 고객을 나눠 갖는 자기잠식 효과를 우려하지만, 매장마다 상품 구성과 공간 콘셉트를 달리하면 같은 상권에서도 서로 다른 방문 목적을 만들 수 있다.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가 단순히 판매 면적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주요 상권도 각기 다른 역할을 갖기 시작했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K뷰티와 메디컬,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결합된 전통 상권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성수는 팝업과 체험형 매장이 자리 잡은 이후 브랜드별로 공간과 콘텐츠가 세분화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남·용산은 구매력 높은 소비층과 개성 있는 브랜드를 기반으로 핵심 거리에서 주변 골목까지 출점이 확대되고 있으며, 도산은 슈프림과 스투시, 베이프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집적된 상권으로 구분됐다.
매장을 바라보는 브랜드의 관점도 바뀌었다. 상품 판매를 위한 유통 채널이었던 매장이 브랜드의 취향과 세계관을 구현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활용되면서, 공간 자체가 광고와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수의 베리시 2호점이다. 기존 매장에서 확보한 매출과 방문객을 바탕으로 추가 출점을 추진하면서도 첫 매장과 같은 형태를 반복하지 않았다. 약 300평 규모의 새로운 공간에 카페와 체험, 의류 판매, 피팅 서비스 등을 결합해 고객이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들었다. 브랜드가 같은 지역에 두 번째 매장을 내더라도 서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면 방문과 구매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사례다.
도산 상권에 위치한 쿠라리에(KURARIE)와 닥터마틴(Dr. Martens)의 결합형 매장 외관. 1층 상업공간과 브랜드 매장을 연계해 서로 다른 브랜드의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사례로, 알스퀘어는 이를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집객 효과를 함께 고려한 리테일 출점 전략으로 소개했다. (사진 제공: 알스퀘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서울 진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청담동의 상설 매장으로 브랜드의 위상을 구축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성수에서는 팝업스토어와 전시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알스퀘어가 파악한 성수의 럭셔리 브랜드 팝업·전시 이력은 18건으로, 13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상설 매장으로 이어진 사례도 3건 확인됐다.
정 이사는 앞으로 브랜드의 출점 전략에서 유동인구뿐 아니라 공간이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얼마나 많은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봤다. 부산과 제주 등 서울 외 지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관광객의 방문을 지속적인 소비로 연결할 콘텐츠와 상권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데이터센터, 많이 짓는 것보다 누가 얼마나 오래 쓰느냐가 중요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이상준 알스퀘어 이사는 ‘국내 데이터센터 현황과 이슈 점검’을 주제로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개발과 투자 시장의 변화를 설명했다.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8년 2조4200억원에서 2028년 10조19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와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데이터 처리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상업용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4년 기준 운영 중인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약 93곳 가운데 75.3%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 위치한다. 기존에는 통신망과 전력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고객사와 운영 인력에 접근하기 쉬운 수도권이 입지 선정에서 유리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의 개발 수요가 커지면서 전력 확보가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 GPU 등 고성능 연산장치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시설보다 높은 전력 밀도와 냉각 성능이 필요하다. 부지가 확보돼 있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개발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
이 이사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입지와 용도에 따라 분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도권에서는 금융과 기업용 AI 서비스처럼 고객과의 거리와 응답 속도가 중요한 소규모 엣지 데이터센터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AI 학습 인프라는 전력과 넓은 부지, 확장성을 확보하기 쉬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늘어나는 것을 실제 이용 수요의 증가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기사용 신청량이나 개발 인허가 규모에는 잠재적인 수요가 포함돼 있으며, 이를 실제 임차 계약이나 운영 매출로 연결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오피스나 물류센터와 투자 구조도 다르다. 개발사와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통신사, 클라우드 사업자, 전문 운영사, 전력 공급자, 최종 이용 기업 등이 사업에 참여한다. 누가 시설을 소유하고 운영하며 실제 고객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수익 구조와 위험 부담이 달라진다.
특히 이 이사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아직 국내에서 개발 중심의 성장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개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 사례와 완공된 시설을 장기간 운영한 뒤 매각해 투자 성과를 실현한 사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임차 수요와 설비 교체 비용, 전력·냉각 비용 등이 반영된 운영 실적이 축적돼야 자산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상준 알스퀘어 이사는 ‘국내 데이터센터 현황과 이슈 점검’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AI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배경이지만, 현재의 성장률이 장기간 유지될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이사는 향후 2~3년간 데이터센터 개발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을 보면서도, 실제 거래와 운영 성과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가 독립적인 부동산 투자 섹터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 예방, 현장소장보다 예산 결정하는 경영진에 주목
마지막 발표는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이 맡았다. 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이 현장 관리의 영역을 넘어 기업 경영과 투자,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재해는 건설현장과 제조시설에서 발생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인력과 설비, 예산을 결정하는 곳은 기업의 경영진인 경우가 많다. 현장 관리자에게 안전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구조적인 위험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발표의 출발점이었다.
정 회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의 안전조치와 관리체계를 규율해 온 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했는지를 살핀다는 점을 설명했다. 기업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직과 자원을 실제로 마련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와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안전예산과 위험성평가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IoT 센서와 AI 영상관제, 위험예측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장비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예방체계가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험성평가에서 발견된 문제를 실제로 개선했는지, 필요한 예산이 집행됐는지, 현장의 위험 정보가 경영진에게 전달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특히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차이에 주목했다. 대기업은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별도 예산을 확보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본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데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원청과 하청으로 연결되는 건설업의 사업구조는 책임과 권한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안전투자는 기업의 재무성과와도 연결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 외에도 작업중단과 생산 손실, 손해배상, 평판 훼손 등 여러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 ESG 평가와 금융조달, 협력업체 선정 및 수주 과정에서 안전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 회장은 안전관리를 강화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이를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한 전문건설업체 사례를 소개하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규제 대응 비용으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산업안전 관련 제재 강화와 안전보건공시 확대 가능성도 다뤄졌다. 다만 사고에 대한 법적 판단이 확정되기 전에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기업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공시 범위와 시점 등 제도의 구체적인 설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제재 강화가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의 관계, 해외 제도와의 차이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 회장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사고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형식적인 서류와 증빙을 갖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실제 위험을 줄이는 활동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날 세 발표는 서로 다른 시장을 다뤘지만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 산업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됐다. 리테일은 좋은 입지에 매장을 확보하는 것만큼 그 공간이 고객에게 제공할 경험이 중요해졌고, 데이터센터는 개발 규모보다 실제 이용 수요와 장기 운영 수익성을 확인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안전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보다 예방을 위한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투자체계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알스퀘어는 앞으로도 미디어허브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연관 산업의 변화, 현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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